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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오승환이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라커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포츠인텔리전스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오승환(36·토론토)을 대표하는 구종은 일명 ‘돌직구’라 불리는 강한 직구다. 구속 이상의 강력한 무브먼트가 특징인 그의 직구는 KBO리그에서 승리의 상징이었다. 삼성은 오승환의 돌직구를 앞세워 다섯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단순히 직구만 뛰어난 투수는 아니다. 상위리그에 진출하면서 무기를 추가했다. 일본에선 슬라이더와 포크볼 그립으로 던지는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였고 미국에선 슬라이더를 두 번째 구종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메이저리그(ML) 첫 해였던 2016시즌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피안타율 0.164, 헛스윙 확률 26.50%를 기록했다. 오승환이 별다른 적응과정 없이 빅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배경도 슬라이더에 있다.

하지만 2017시즌에는 반대였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280으로 급격히 올라갔고 헛스윙 확률도 15.40%에 그쳤다. 피장타율 0.430으로 슬라이더가 치명타로 이어지곤 했다. 2016시즌 방어율 1.92, 9이닝 기준 탈삼진 11.6개로 철벽투를 펼쳤던 그가 2017시즌 방어율 4.10, 9이닝 기준 탈삼진 8.2개로 고전한 결정적인 이유도 슬라이더와 무관하지 않다. 2016시즌에는 우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날카롭게 통과했던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017시즌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움직이며 거포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시즌 중반부터는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내려오며 20세이브에 그쳤다.

오승환과 그의 새 소속팀 토론토의 공동 과제는 슬라이더를 부활시키는 일이다. 오승환은 지난 1일(한국시간)부터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했고 얼마전 라이브피칭에 들어갔다. 아직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시범경기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지난 3일 조쉬 도널슨, 트로이 툴로위츠키, 켄드리스 모랄레스 등 토론토 중심타자들을 타석에 두고 30개의 공을 던졌다. 불펜진의 핵심이 돼야할 오승환을 향한 피트 워커 투수코치의 특별 조치였다. 워커 코치는 특히 오승환의 슬라이더에 집중했다. 그는 캐나다 스포츠넷과 인터뷰에서 “오승환의 팔 스윙이 아주 좋았다. 공에 힘이 넘쳤다. 특히 슬라이더가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이렇게 힘 있게 움직이지 않았다. 내 생각에 지난해 오승환은 투구시 어딘가 아픈 것이 아니었나 싶다. 부상으로 인해 제구가 흔들리고 불안한 느낌도 들었을 것”이라고 지난해 오승환이 고전했던 원인을 진단했다.

오승환이 워커 코치와 함께 슬라이더 위력을 되찾는다면 부활 가능성도 수직상승한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기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살인일정을 소화하고 시즌 중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렸던 그가 올시즌에는 건강과 ‘파이널보스’의 자존심을 모두 되찾을 확률이 높다. 워커 코치는 “오승환은 몸도 건강하고 느낌도 좋다고 한다. 우리도 오승환에 대한 걱정을 벗어던지고 그를 경기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오승환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토론토는 오승환을 마무리투수 로베르토 오수나 앞에 투입하는 셋업맨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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