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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홍성흔 코치가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훈련을 돕고 있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피오리아=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18년 프로생활을 했는데, 정말 막했구나 싶다니까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정식 코치 계약을 맺고 첫 번째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홍성흔(42·샌디에이고) 코치가 야구를 다시 배우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홍 코치는 1일(한국시간) “자비로 왔던 지난해와 정식 계약을 맺고 참여한 올해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연수 개념으로 참여한 지난해에는 눈치껏 일을 찾아서 했다면 지금은 당당히 임무를 부여받고 구단 프로그램 안에 들어가 있다. 숙박비나 각종 보험 등을 구단으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점도 엄청난 차이”라며 웃었다.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훈련 내내 행복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오전 6시 30분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홍 코치는 이날 더블A와 트리플A 경계선에 있는 젊은 선수들의 타격훈련을 도왔다. 티에 볼을 올려주기도 하고 플립(토스) 배팅을 돕기도 하면서 온몸으로 선수들과 교감했다. 함께 훈련하던 선수들은 시범을 보여달라거나 현역 시절 어떤 스탠스로 타격했는지 등을 물으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홍 코치가 한 차례 타격 시범을 보이자 옆 케이지에 있던 또다른 코치가 “당장 현역으로 복귀해도 되겠다. 지명타자로는 하루 종일도 칠 수 있을 스윙”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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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홍성흔 코치가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훈련을 돕고 있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홍 코치는 “정식 보직은 루키리그 타격코치다. 타격을 지도하면서 포수들의 기본기를 다지는 배터리코치 역할을 병행한다. 아직 루키들이 캠프를 시작하지 않아(오는 3일부터 시작) 현재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쉴 새 없이 일정이 돌아가기 때문에 외로울 틈도 없다. 아내가 어제 돌아가 진짜 혼자 지내야하는데 하루가 너무 짧다”며 웃었다. 그는 “프로에서만 18시즌을 뛰었고, 2000안타도 치는 등 나름 야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미국)와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시스템을 직접 접해보니 ‘정말 야구를 막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울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엄격한 규율 속에 생활한다. 홍 코치도 스스로를 ‘훈련소 조교’라고 표현했다. 그는 “(마이너리그는) 흡연, 액세서리 전면 금지다. 신발도 검은색 계통으로 통일해야 하고, 하위 레벨로 갈수록 그라운드에서는 뛰어다녀야 한다. 외출도 엄격히 제한해 밤 10시에 숙소 방에 없는 일이 잦으면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헝그리 정신’을 어릴 때부터 심어야 빅리그 하나만 바라보며 고된 훈련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게 메이저리그식 육성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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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홍성흔 코치가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훈련을 돕고 있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매일 아침 ‘멘탈 트레이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점도 새로운 경험이다. 홍 코치는 “선수들끼리 어제 잘못했던 부분과 잘한 것, 개선해야 할 점들을 돌아가며 토론하는 시간을 매일 갖는다. 트레이닝 말미에는 명상을 하면서 ‘빅리그에 서는 꿈’을 구체적으로 그린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안에는 동료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분방할 것 같은 미국 생활에 대 반전이 생겼다는 게 홍 코치의 주장이다. 그는 “군대보다 더 엄격하다. 프로가 되어 가는 것, 실력에 앞서 인성을 먼저 가르치는 메이저리그식 선수 육성방식은 우리도 받아들여야 할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직은 깊은 대화를 나눌 만큼 영어에 능통하지 않아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어 아쉽다”며 울상짓던 홍 코치는 “내가 가진 해피바이러스 덕분에 정식 코치 계약을 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해보니 오히려 내가 힐링이 된다. 이 시스템을 잘 배워서 한국야구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귀국시기를 정해놓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며 그라운드로 달려 나갔다.

(미 애리조나주) |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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