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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지난달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홈경기를 마친 뒤 영국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런던 | 고건우통신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손흥민(25·토트넘)의 입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손흥민은 토트넘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비중이 떨어지는 FA컵에 선발로 출전하고 중요한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는 결장하거나 교체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 열린 크리스탈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도 후반 막판에 교체로 들어갔다. 그 때문에 손흥민이 보여준 능력에 비해 비합리적인 대우를 받는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팬이나 언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현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있다. BBC의 해설가인 스티브 클라리지나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 같은 매체에서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손흥민은 이미 영국 내에서도 인정받는 스타다. 티에리 앙리가 공개적으로 칭찬할 정도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영국의 다양한 매체에서 앞다퉈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손흥민 입장에선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이 달갑지 않은 게 당연하다.

공교롭게도 여러가지 상황이 손흥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11월 말 에릭 라멜라가 부상에서 돌아왔다. 포체티노 감독은 라멜라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라멜라는 손흥민과는 다른 유형이다. 득점력은 떨어지지만 활동량이 많고 연계 능력이 준수하다. 측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전략에 따라 손흥민보다 우선순위에 둘 수 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루카스 모우라도 손흥민의 라이벌이다. 신입생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출전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 손흥민도 데뷔 시즌에는 포체티노 감독의 배려를 받았다. 그 사이 손흥민이 1월 중순 이후 무득점으로 침묵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납득할 수 있는 용병술이다.

그러나 손흥민에게 유독 가혹하다는 국내외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손흥민이 슬럼프라고 말할 정도로 부진한 게 아니고 델레 알리의 경우에도 예전 만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과 비슷한 구실을 하는 알리는 침묵해도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손흥민의 출전 시간만 줄어드는 게 아쉬운 건 사실이다. 라멜라나 모우라가 손흥민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창 상위권에서 경쟁하는 토트넘 입장에선 이미 검증된 손흥민을 활용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아예 주전에서 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금 토트넘은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이 라멜라를 꾸준히 기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즌 막판 도약을 위해서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지금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라멜라는 꾸준히 기회를 받지만 손흥민이 좋을 때 보여줬던 수준의 활약에는 미치지 못한다. 모우라는 아직 보여준 게 없다. 도전자 입장이다. 지금보다 더 중요한 시기가 오면 결국 손흥민이 선택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의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 매 시즌 위기설에 시달린 그는 매번 생존에 성공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잘 헤쳐나갔다. 독일에서도 그랬고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도 생존하는 법을 찾아냈다. 이번에도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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