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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17일간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밤 하늘을 밝혔던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25일 짙은 여운을 남기며 꺼졌다. 평화의 메세지를 구현하며 전 세계를 감동시켰고 콤팩트한 경기장은 선수들에게 가장 편했던 동계올림픽으로 기억될 만했다. 손님을 맞는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씨도 외국 선수단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려했던 올림픽은 운영에서만큼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스포츠 메가이벤트를 통해 사회의 질적 도약을 이뤄낸 특이한 경험을 지닌 나라다. 1988서울올림픽은 집권자들의 유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국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데는 누가 뭐래도 서울올림픽을 빼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2002월드컵 또한 그렇다. 특히 월드컵은 ‘붉은 마술’에 걸린 길거리 응원으로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문화적 다양성을 자각한 국민들이 자발성이라는 새로운 의식변화를 통해 종전과 다른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적 토양을 가꾸고 이를 새롭게 이식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었다. 광장의 주인이 정권에서 시민으로 바뀌는 결정적 계기도 월드컵 길거리 응원이 바탕이 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과연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스포츠와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다. 따라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스포츠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공감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 두 차례의 스포츠 메가이벤트는 분명 스포츠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변화와 발전을 견인하는 큰 역할을 해냈다.

한국 사회에서 메가이벤트가 사회의 질적 변화를 수반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메가이벤트 직전에 국민들의 의식을 한데로 모아 폭발시킨 거대한 사회운동(movement)이 있었다는 점이다. 1988서울올림픽은 ‘독재타도’와 ‘호헌철폐’를 외친 1987년 6월 항쟁을 겪은 뒤 개최됐고 2002월드컵 또한 IMF 구제금융을 국민의 힘으로 3년 9개월만에 졸업한 2011년 바로 다음 해에 열렸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아직도 기억에 새록새록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킨 ‘촛불 시민혁명’의 위대한 경험을 온몸으로 겪고 개최됐다. 목표를 향해 모아진 국민들의 의식이 숨죽지 않고 새로운 그 무엇을 창출할 수 있는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을 때 우리는 멈추지 않고 전진해야 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은 바로 그런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국민들과 함께 도출해야 한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스포츠와 선택적 친화력을 지닌 행복한 기억을 갖고 있다. 1988서울올림픽이 그랬고 2002월드컵도 그랬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또한 한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메가이벤트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선 두 차례의 경험에서 보여지듯 폭발적인 국민의 의식 분출이후 개최된 메가이벤트는 사회운동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갈등과 분열의 찌꺼기를 스포츠라는 거대한 용광로에 녹여 말끔히 태워 새로운 화합의 시대를 여는 역할, 그게 바로 두 차례의 메가이벤트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도약한 힘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도 그 희한한 인연의 역사적 경험이 되풀이됐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평창동계올림픽이 우리 역사에 남길 위대한 레거시(legacy)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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