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창(窓)과 창(槍)]한국 체육의 유쾌한 전복(顚覆)…체육문화의 변화를 지켜보며
    • 입력2018-02-18 15:35
    • 수정2018-02-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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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값진 소득은 무엇일까. 빙상종목의 건재와 비인기종목의 선전? 더 이상 경기력을 체육의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그런 천박한 접근은 구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느낀 가슴 뿌듯한 희열은 마침내 한국 체육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그동안 한국은 엘리트체육을 집중 육성하는 체육 국가주의가 강하게 지배하면서 개인이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체육의 가치가 무시되고 사장되는 큰 아픔을 겪었다. 개인 위에 군림하는 국가가 추구하는 이익에 체육은 군소리없이 복무해야하는 엄숙주의는 체육이 지닌 다양성을 황폐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체육인들은 국익에 철저히 복무해야 하는 수단으로서만 기능했다. 국가위상을 드높이는 경기력 중심의 체육 가치만 높이 평가받으면서 한국 체육은 질곡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댔다. 선수들은 국가브랜드를 고양하는 도구로서 기능함으로써 자아실현과 행복추구라는 체육의 본연의 가치보다 성적의 노예로 전락하는 또 다른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체육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변화된 선수들의 의식과 태도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 출전해 아쉽게 메달을 놓치고 4위를 차지한 이승훈의 인터뷰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1만m를 포기하고 메달이 유력한 매스스타트와 팀 추월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은 어찌보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그는 도전을 택했다. 이승훈은 1만m에서 12분55초54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한국기록을 경신한 뒤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 너무나 만족한다”고 밝혀 큰 감동을 안겨줬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박승희의 눈물도 국민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셨다. 이전 두 차례의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를 따냈던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도전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비록 이번 대회 여자 1000m에서 16위에 머물렀지만 한국 스포츠사상 최초의 두 종목 올림피언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고 뛸 수 있어 너무 기뻤다”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도전에 마침표를 찍는 감동의 소감을 밝혔다.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4위에 머문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도 생글생글 웃은 모습으로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섰다. 울음보를 터뜨린 금메달리스트 후배 최민정을 다독인 그는 “울지 말고 활짝 웃어라”면서 자신의 메달획득 실패를 가슴에 묻고 후배의 성공을 축하하며 올림픽을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오로지 성적에만 집착했던 한국 체육의 낡은 패러다임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끊임없는 체육개혁의 노력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면서 체육문화가 질적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올림픽은 타자와의 날선 경쟁만이 판치는 살벌한 세계가 아니라 축제의 장이 되어야 마땅하다. 선수들은 적어도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만 지킨다면 누구나 박수받아야 할 그런 존재다. 성적의 노예가 아니라 축제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즐길 수 있는 체육문화가 한국에서도 비로소 싹을 틔우고 있어 반갑다. 한국 체육이 국가주의 체육이라는 낡은 틀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가치 추구라는 새로운 토양에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한국 체육의 유쾌한 전복(顚覆),체육의 중심이 국가에서 개인으로 옮겨가는 패러다임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새로운 지향점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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