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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디테일에 신경쓰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걸 놓치기 쉽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가장 중요한 걸 놓쳐버렸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노로바이러스 감염자의 속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사태의 추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위생과 보건은 어쩌면 한 나라의 총체적인 수준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자칫 이번 사태로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인근에서 겨울철 수인성 전염병인 노로바이러스 확진 판정자가 12일 현재 177명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올림픽 참가 선수는 단 한명도 감염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보건당국은 새로운 환자들이 산발적으로 감염돼 집단발병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위생과 보건에 관해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자부하고 있는 한국에서 그것도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를 앞두고 어떻게 노로바이스러스 감염사태가 발생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일부에선 충분히 예측가능한 사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사와 복통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는 12월부터 4월까지 번지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다. 다만 전염성이 무척 강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환경에서 집단 발병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는 노로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환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산간지역이 많은 강원도는 상수도 보급률이 떨어지고 지하수 활용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노로바이스러스에 취약한 결정적 요소다.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8.8%지만 강원도는 92.3%에 그치고 있다.

과거의 몇 가지 사례만 꼼꼼히 챙겼더라도 이번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1999 강원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015년 강원도개발공사 숙소에서도 노로바이스러스 집단 발병이 발생한 적이 있다. 올림픽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세심한 준비를 기울였더라면 이번 노로바이러스 감염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설마하는 방심과 대충하는 부주의가 만나면 그건 재앙이다. 이번 노로바이러스 사태는 방심과 부주의가 키운 명백한 인재(人災)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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