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북 정광범 \'나를 따르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쇼트트랙 정광범이 3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선수와 훈련을 하고 있다.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쇼트트랙 변방국인 북한이 한국인 지도자를 가교 삼아 동유럽 국가와 정기적인 합동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최은성(26) 정광범(19)은 극비리에 대회 직전 한 동유럽 국가 훈련에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북한 쇼트트랙계는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유망주 등을 동유럽에 내보내 국제 트렌드와 기술을 익히고 네트워크를 쌓기로 했다. 사실상 문호 개방으로 그동안 동계 종목에서 외부와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았던 북한이 쇼트트랙을 기점으로 시스템에서도 개방된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쇼트트랙은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황옥실이 여자 500m 동메달을 따낸 이후로는 국제무대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 메달은 북한이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마지막 메달이다. 그 후 평창 전까지는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 대회에만 출전했을 뿐 나머지 대회엔 자취를 감췄다. 그사이 경기 수준도 크게 떨어졌다. 평창에 온 최은성은 북한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불리나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 500m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진행된 올림픽 대비 훈련 첫날에서 얼음에 걸려 넘어져 오른 발목 뒤쪽이 찢어져 봉합 조치를 하는 등 대회 출전 자체가 불투명하다.

북한은 평창에서 메달을 노리기보다 동유럽에서 가진 훈련 성과를 확인하고 지속해서 교류를 넓히려는 기회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 2001년생 정광범을 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광범은 국제대회 경험이 전혀 없는 자원이다. 북한엔 최은성 외에도 김은혁 등 경험 많은 선수가 있으나 정광범을 평창에 보낸 건 그만큼 가능성있는 유망주로 여겼기 때문이다. 평창에서 경험을 쌓고 2022 베이징 대회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과 동유럽의 쇼트트랙 교류를 이끈 건 이번 대회에 헝가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온 전재수 감독이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을 이끈 전 감독은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헝가리 제의를 받고 부임했다. 다만 현재 헝가리 뿐 아니라 인근 동유럽 선수들을 함께 조련하고 있다. 비시즌엔 미국의 일부 선수도 지도하는 등 여러 나라 쇼트트랙 선수, 관계자와 일하고 있다. 그런 그가 북한을 돕게 된 건 윤철 감독 등 북한 지도자와 오랜 인연에서 비롯됐다. 전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 대회에서)볼 때마다 편하게 대하지는 못하지만, (북한 지도자들이)내게 기술적인 조언을 종종 구한다”며 “자기 선수들의 훈련 여건이 좋지 않으니 좋은 팀과 합동 훈련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익혔으면 한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그런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헝가리에 있는)나 역시 도움을 주려고 했다. 북한이 (정치적인 상황상)한국이나 북미 지역에서 훈련할 수는 없다. 비교적 외교 관계가 무난한 동유럽 국가가 좋았고, 밝힐 수는 없지만 한 나라와 연결이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평창 대회 전부터 동유럽 한 국가로 날아가 수준급 선수와 합동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지속해서 (북한-동유럽의)교류가 이어졌으면 한다. 얘기가 잘 되고 있다”며 “북한에 좋은 자원이 많은데 너무 외부와 동떨어져서 쇼트트랙의 세계적인 흐름을 모르더라. 조금만 정보를 얻어도 기량이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등 유럽 내 쇼트트랙 강국들도 동유럽을 자주 오가는 만큼 북한 선수와 접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뜻이었다.

[포토] 훈련하는 북 정광범-최은성

최은성 정광범은 훈련 첫 날 메인링크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으나 처음엔 서먹서먹해했다. 그러다가 최은성이 다쳤을 때 프랑스, 이탈리아 코치들이 다가가 상태를 살피는 등 관심을 보였다. 다음 날 정광범 홀로 훈련장에 등장하자 이 코치들이 그를 챙기면서 훈련에 합류시키기도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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