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시청률의 여왕' 김남주가 돌아왔다. JTBC 새 금토 드라마 '미스티'로 6년 만에 돌아온 김남주가 치명적인 격정 멜로부터 앵커의 카리스마까지 완벽히 소화해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최고의 아나운서가 그 이면에 어떤 갈등과 욕망, 상처를 숨기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김남주의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김남주가 '미스티'를 통해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한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6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미스티'를 선택한 김남주는 오랜만에 안방에 돌아온 만큼 파격적인 변신과 도전을 예고했다. 먼저 극 중 최고의 앵커라는 설정에 맞게 체중 5kg을 감량하는가 하면 완벽한 앵커처럼 보일 수 있도록 "네 맞습니다" 한 마디를 일주일간 연습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미스티'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과 그를 변호인을 자처한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가 믿었던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격정 멜로드라마다.


주인공 고혜란이 세계적인 골프선수 이재영(고준 분)의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첫 회를 포함한 3회까지, 이례적으로 19세 시청 등급을 내걸었다.


하지만 19세 등급도 '시청률 여왕'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일 첫 방송된 '미스티'는 19세 시청등급이라는 제약에도 전국 시청률 3.5%(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방영된 '품위 있는 그녀' 첫 방송 기록인 2.04%를 뛰어넘은 수치에 해당한다. 3일 방송한 2회에선 전국 시청률 5.1%로 기분좋게 상승세를 보였다.

 

'미스티' 첫 회에서는 고혜란이 옛 연인 이재영(케빈 리)과 진한 스킨십을 떠올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그 과정에서 고혜란은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과 결혼 생활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과거 연인을 그리워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2회에선 옛 연인인 케빈 리와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인터뷰가 이어지며 시청자들을 무섭게 몰입시켰다.


무엇보다 김남주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빛났다. 특히 김남주는 성공의 욕망에 사로잡힌 고혜란이라는 인물의 섬뜩한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캐릭터의 이해도를 높였다. 데뷔 이후 첫 키스신에 도전했다고 고백한 그는 상반신 노출까지 더해진 진한 애정신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밝은 이미지로 기억됐던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우리가 알고 있던 김남주의 모습을 완벽하게 지웠다. 


친근한 아줌마 이미지를 벗고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야망녀답게  20대 못지 않는 날씬한 몸매,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매 장면 시청자들을 화면속으로 빨아들였다. 옛 연인을 떠올리거나 대면했을 때 흔들리는 모습과 농도짙은 멜로장면 등에서 눈빛 만으로도 한층 농익은 매력을 발산했다.  


고난도라고 평가되는 앵커 연기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남주의 정확한 발음과 톤은 실제 뉴스를 보는 듯했고, 고혜란의 롤모델로 영상을 찾아 공부했다던 김주하, 백지연 앵커의 차분한 카리스마가 자연스레 묻어나 인상적이었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김남주는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이 많이 가는 드라마"라며 "데뷔 이래 가장 옷을 많이 안 입은 것 같다. 노출도 정말 많이 했다. 아줌마가 되니 창피한 게 없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1994년 SBS 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남주는 "라끄베르와 상의하세요"라는 CF속 코멘트로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는 드라마 '도시남녀', '남자 대탐험', '모델'등에 출연하며 주로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특유의 차가워 보이는 인상도 배역을 한정하는 원인이 됐다.


데뷔 초기에는 연기력 논란으로 '배우를 포기할까'를 고민했던 그는 연예계에서 오래 참고 견뎠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차도녀'에서 결혼 후 억척 아줌마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김남주는 2001년 드라마 '그 여자네 집' 이후 오랫동안 연기활동을 중단했다. 2005년 배우 김승우와 결혼한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안방극장을 스쳐간 수많은 별들 중 하나로 경력을 마감하는 게 아닌가 하는 팬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김남주는 연기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와 2009년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내조의 여왕'으로 그 해 MBC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과 2010년 제46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컴백 이후 작품 제목인 '내조의 여왕'답게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공백기에 크게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2010년 MBC '역전의 여왕'으로 MBC연기대상, 2012년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으로 KBS연기대상을 잇달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넝굴당'에서 김남주는 할 말 다하는 며느리이자 사려 깊은 아내,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 차윤희를 똑 부러지게 연기했다. '넝굴당'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월드에 대한 공감대 및 갈등에 직면했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김남주는 '국민 며느리'로 등극하는 등 성별과 연령을 아우르는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 톱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김남주는 데뷔 이래 25년 동안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조연 시절을 거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면서 내실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성장했다.


김남주가 데뷔 후 지금까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연기에 대한 갈망과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로 긴 공백기가 있었지만 연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연기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로 이제는 연기력도 출중한 '믿고 보는 여배우'로 자리를 굳건히 잡았다. 변함없는 연기 욕심과 변신이 지금의 '배우 김남주'을 지탱하고 있는 비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그는 긴 시간 동안 굵직한 스캔들 없이 오로지 연기에만 몰두하며 대중에게 사랑받아왔다.


김남주가 이끄는 '미스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미스티'가 JTBC '밀회', '품위있는 그녀'를 뛰어넘는 채널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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