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이봉주가 지난해 10월18일 전북 무주군 무주안성CC에서 진행된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3’ 도중 인터뷰하고 있다. 무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 순간이라도 망가지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는 골프와 마라톤의 공통점으로 집중력을 꼽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었다. 이봉주는 새해 골프 예능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3’의 깜짝 출연자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자신과 함께 은메달을 딴 체조 남자 도마의 여홍철 현 경희대 교수와 짝을 이뤄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하고 있다. 국가대표팀은 지난 8일 방송된 2회분에선 강력한 우승후보 농구팀과 비겨 시선을 끌었다. 국가대표팀이 오히려 땅을 쳤다고 해도 좋을 만큼 농구팀을 애타게 했다.

“첫 판은 아쉬웠다. 여 교수님과 골프를 치기는 여기서 처음이지만 오래 전(애틀랜타 올림픽)부터 알았고, 야구도 같이 해봤다. 서로 친하고 좋으니까 잘 맞고, 잘 맞춰준다”는 이봉주는 “골프는 재미있다. 그냥 달리는 것보다는 재미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리니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09년 은퇴한 그는 이듬 해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그는 “오인환 전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님이 골프를 좀 치셨다. 그걸 보면서 따라해보고 그랬다”며 “제대로 레슨을 한 적은 없다. 레슨은 한 달이면 한 달, 두 달이면 두 달 꾸준히 해야하는데 난 오로지 독학이었다”며 또 웃었다. 그래도 실력은 훌륭하다. 80대 중반에서 후반을 치는 수준은 된다. 그는 “잘 맞으면 싱글도 어쩌다 한 번 한다”고 귀띔했다.

[SS포토]1번홀 티샷으로 출발하는 올림픽팀 이봉주
이봉주가 지난해 10월17일 전북 무주안성CC에서 진행된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3] 국가대표팀과 농구팀 경기에서 1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무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봉주는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3’가 진행된 10월 중순에 상당히 바빴다. 그럼에도 그가 출전을 결심한 것은 마라톤 선수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는 ‘감동의 마라톤 선수단’ 단장을 맡아 지난해 10월22일 지적장애인 김동현씨가 출전한 캐나다 토론토 워터프론트 마라톤대회에서 그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고 페이스메이커로 봉사했다.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3’는 이 대회 불과 일주일 전 열렸다. 이봉주는 “모레 캐나다로 가서 페이스메이커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교민들과 5㎞ 건강 마라톤을 한 다음 뉴욕 마라톤에 생애 처음으로 간다”며 “힘든 일정이 놓여 있으나 이번에 골프를 치면 마라톤팀에 기부도 할 수 있어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봉주는 11월 초 세계적인 권위의 뉴욕 마라톤에 출전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일정이 맞질 않아 인연 맺지 못했던 뉴욕 마라톤을 은퇴 8년 뒤에 뛰게 된 것이다. 그는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3’가 열리는 중간 중간 도로를 질주하며 ‘영원한 마라토너’의 삶을 살고 있다. “은퇴하고 1년에 한 두 번은 풀코스를 뛰었다”는 그는 “마라톤은 연습을 그 만큼 해야 된다. 연습 없이는 안 된다”고 했다. “요즘도 3시간 이내엔 들 것 같다”는 질문엔 “그러기 위해선 연습을 해야 한다”며 웃었다. 이봉주는 이후 지난해 11월6일 벌어진 뉴욕 마라톤에 참가, 2시간47분을 기록하며 45~49세 연령 그룹에서 2위에 들었다.

[SS포토]야구팀에 승리한 올림픽팀의 여홍철과 이봉주
이봉주(오른쪽)가 17일 전북 무주안성CC에서 진행된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3’ 국가대표팀-야구팀 대결에서 승리한 뒤 같은 팀 여홍철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무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한국 마라톤은 최근 끝 없는 침체기를 걷고 있다.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에선 캄보디아 국적으로 출전한 일본 코미디언보다 늦게 들어와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봉주의 마음은 누구보다 아프다. “선배로서 마라톤이 침체기여서 안타깝고 하다”는 그는 “어쨌든 흐름인 것 같다. 우리 때도 2시간9분대 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침체기 온 것 같은데 후배들이 잘 헤쳐나가야할 것 같다. 내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 후배들이 해줘야 하는 것 같다”고 지금 현역 신분으로 달리는 선수들을 격려했다.

‘감독 이봉주’를 볼 수 있을까. 언젠가는 가능할 것 같다. 이봉주는 “기회가 되면…”이라며 “언제든지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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