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정성들여 사인해주는 김재환과 김승회
3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의 ‘2017 곰들의 모임 환담회’에서 김재환(오른쪽)과 김승회(가운데)가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잠실 홈런왕’ 김재환(30·두산)의 최대 무기는 겸손함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둔 타자들 중 최초로 2연속시즌 3할 30홈런 100타점 100득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최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특히 박병호(32·넥센)와 김현수(30·LG)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중단하고 복귀해 ‘서울 맹주’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됐다. 김재환은 “넘을 수 없는 벽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특별한 감흥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박병호와 김현수가 지난 2015년 후 빅리그 도전을 선택한 뒤 새로 떠오른 거포다. 지난해 전경기에 출장해 35홈런 115타점 110득점 타율 0.340을 기록하며 완성형 타자로 우뚝섰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움켜잡고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우뚝선 그는 “가족의 존재가 정말 큰 힘이 됐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 ‘올해도 실패하면 막노동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행동과 생각 모두를 변화시켰다. 아내도 ‘아이들이 태어난 뒤부터 행동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책임감이 야구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더 집중하게 만든 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스스로는 “좋은 동료들을 만나 분에 넘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매년 지난 시즌을 잊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다보니 내가 좋은 기록을 세웠다는 것을 잊어버린다”며 웃었다.

\'해후\' 박병호와 김현수...
미네소타 박병호(왼쪽)와 볼티모어 김현수가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자연스럽게 큰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온 박병호 김현수와 맞대결에 관심이 모였다. 김현수는 한지붕 라이벌인 LG에 둥지를 틀었고 자타공인 국내 최고 거포 박병호도 넥센으로 돌아왔다. 서울을 대표하는 슬러거 자리를 두고 세 명의 거포가 자웅을 겨루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정작 김재환은 “둘의 복귀 소식을 들었을 때 ‘아, 형들이 오는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의외의 얘기를 했다. 그는 “(김)현수 형은 콘택트 능력에서, (박)병호 형은 장타력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들이다. 이 형들과 내가 경쟁한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현수와 박병호가 리그를 지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1군 선수의 꿈을 키운 입장에서 이들과 이름을 나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타격 유형이 각기 달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형들 생각보다 내가 더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두산의 창단 기념식이 열린 15일 모처럼 동료들을 만난 김재환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힘 한 번 못써보고 허무하게 패했다는 생각을 다들 한 것 같다. 티 안나게 악착같이 훈련해 몸을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름대로 루틴을 만들어 훈련했지만 동료들을 보니 ‘큰일났다’는 위기감이 생기더라. 예년에 비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은 있지만 스스로 최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확실하게 기량을 끌어 올려야 스프링캠프에서 밀리지 않겠구나 싶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재환
두산 김재환이 2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5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KIA 선발 헥터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디펜딩챔피언 지위를 내려놓고 도전자 입장에서 맞는 시즌이라 선수단 전체가 더 똘똘 뭉쳤다. 김재환은 “좋은 선수들이 앞 뒤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준 덕분에 2연속시즌 많은 타점과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혼자 버티는 팀이 아니라 함께 헤쳐나가는 팀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박병호와 개인 화력대결이 아닌 팀 우승에 모든 포커스를 맞춘 ‘잠실 홈런왕’이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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