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이주상·이우석·황철훈기자] 언제 먹어도 든든히 배를 채워주는 순댓국은 사철 맛있지만 특히 겨울에 더 좋다. 뽀얀 국물 담은 한 숟가락이면 단박에 한기와 허기를 걷어내고 온기를 채워준다.

순대는 유목민의 겨울 음식이기도 하다. 가축을 키워 먹고사는 유목민은 목초가 없어지는 겨울이 오기 전 어미만 남기고 모두 도축해버린다. 이때 순대를 만들어 저장한다. 봄이 올 때까지 순대를 먹고 산다. 소시지도 똑같다.

우리에겐 순댓국 한 그릇하는 재미가 깃든 ‘장날’이 연상된다. 장터엔 으례 순댓국 가마솥이 걸렸다. 상인이나 손님이나 깍두기를 올린 순댓국에 하루는 이겨낼 힘을 얻었다. 지금도 전국 유명 장터(재래장)에는 유명한 순댓국집이 있다. 맛좋기로 소문난 순댓국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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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시장 호박집 ‘순댓국’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영등포시장 ‘호박집’

=영등포시장 일대 최고의 순댓국집으로 손꼽히는 집이다. 1966년 장사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53년째다.

이 집은 맛도 맛이지만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과 푸근한 친화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찬사가 이어지는 곳이다. 가게 입구에는 돼지머리 고기가 잔뜩 쌓여있고 커다란 가마솥에는 뽀얀 육수가 요란히 끓고 있다. 한쪽에선 주인장이 손놀림을 재촉하며 돼지 부속을 썬다.

순댓국은 찹쌀순대와 머리고기, 막창 등 각종 돼지부속과 함께 들깻가루와 다진 양념을 올려 푸짐하게 담아낸다. 우유처럼 뽀얀 국물은 진하고 구수한 맛으로 돼지 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쫀득한 찹쌀순대는 물론 각종 부속고기 또한 정갈하게 손질해 삶아낸 덕에 야들야들하고 부드럽다. 푸짐한 건더기에 머리 편육이 서비스다.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도 훌륭하다. 맛깔스런 배추김치와 깍두기, 부추무침, 양파, 풋고추가 상위에 오른다. 국물이 부족하면 언제든 리필을 해준다. 재수가 좋으면 뜻밖에 횡재를 할 수도 있다. 인심 좋은 주인장이 테이블을 돌며 갓 삶아낸 간과 막창, 코 등을 서비스로 준다.

★가격=순대국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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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망원동 순대일번지 ‘순댓국’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망원동 ‘순대일번지’=

망원동 일대 최고 순댓국집이다. 지난해 모 케이블 방송에 소개되는 바람에 좀처럼 맛보기가 쉽지가 않다. 점심과 저녁시간은 물론 온종일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벼르고 별러 맛본 순댓국은 명불허전이다. 뚝배기 채 끓여낸 순댓국은 쉽게 끓어 넘친다. 이럴 땐 재빨리 숟가락을 뚝배기에 담그면 된다. 거짓말처럼 거품이 사그라들어 국물이 넘치지 않는다.

보기에도 푸짐한 순댓국은 큼지막한 대창순대와 오소리감투, 설고기, 머리고기 등 각종 돼지부속과 함께 깻잎을 얹고 그 위에 고추 양념장과 들깻가루를 수북하게 올려낸다. 잡내 없는 깔끔한 국물 맛이다. 결코 가볍지도 않다. 진하고 담백한 사골국물에 들깨의 고소함과 깻잎의 향긋함이 어우러진 진미다.

푸짐하게 담긴 돼지부속은 쫄깃하고 야들야들 부드럽다. 특히 큼지막한 대창순대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각종 신선한 야채와 당면, 찹쌀, 선지 등을 넣고 직접 만든 대창순대는 두세 개만 집어 먹어도 속이 든든해질 정도로 푸짐하고 속도 실하다. 부속고기가 내키지 않으면 순대만 넣은 순댓국을 주문하면 된다.

★가격=순댓국 7000원, 순댓국(특)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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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옹골네 순대국’ 순댓국 7000원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고양시 장항동 ‘옹골네 순대국’=

강변북로를 지나 장항 IC로 빠지면 경기도 고양시에서 가장 번화한 ‘젊음의 거리’ 라페스타가 있다. 공영주차장 인근 ‘옹골네 순대국’은 11년째 이곳을 지키고 선 순댓국의 터줏대감이다. 주변에 대형 순댓국 전문 프랜차이즈 점도 많지만 항상 손님을 이끈다. 맛의 비결은 신선도 높은 고기와 국물 그리고 ‘양’에 있다. 고기로 쓰이는 머리 고기는 냉동된 것이 아닌 것을 써서 깨끗하고 신선하다. 유효기간은 하루 반나절이라 신선도가 높다.

육수는 깊은 맛이 일품이다. 절에서 쓰일 듯 커다란 가마솥에서 엄청난 양의 머리 고기를 7~8시간 끓인 후 내놓기 때문에 속이 후련해지도록 깊은 맛이 느껴진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식탁에 놓여지는 순댓국을 보면 육수가 1/3, 고기가 2/3일 정도로 고기가 많다. 거기에 순대까지 얹혀지니 기분 만점이다. ‘미니 수육’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잘 썰어낸 고기가 반찬과 함께 나온다.

머리 고기와 순대 특유 누린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도 즐겨 찾는다. 수더분하고 밝은 인상의 주인 김지영 씨는 “손님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즐겁다. 정직하게 좋은 재료를 쓴 것이 11년 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가격=순댓국 7000원, 순댓국정식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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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제일식당 백암순대. 순대 한접시를 주문하면 진하디 진한 국물을 준다.

●용인 백암 ‘제일식당’=

따로 특정해서 ‘백암순대’라 불린다. 인근에 너른 들과 양돈농가가 많고 오래 전부터 큰 장이 선 까닭에 백암순대의 명성이 진작 전국에 퍼졌다. 이중 제일식당은 일대에서 가장 먼저 순댓국집을 시작한 집으로 이제 꼭 60년이 됐다. 일찍이 장날 바닥에 솥을 걸고 하다 인기가 좋아 식당으로 자릴 잡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손님들이 줄을 선다. 동네 사람 뿐 아니다. 멀리서 찾아온 이도 많다.

며느리와 딸로 이어진 비법의 레시피는 바로 국물과 순대에 특화되어 있다. 직접 만든 순대는 꼬들한 창 속에 선지와 고기, 푸성귀 등 속이 꽉찼다. 국물을 넣고 한참을 팔팔 끓여도 풀어지지 않는다. 배추 등 채소를 많이 넣어 부드러운 고기와 선지 속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일일이 칼로 다져내 속을 채워 씹히는 감촉이 아주 그만이다.

국물도 머리뼈와 사골을 써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머리 고기와 내장 고기가 녹아든 국물은 진해서 순식간에 혀끝을 코팅시킨다. 그 매끈한 혀로 날름날름 순대를 돌려가며 씹으면 된다. 순식간에 뚝딱 비우게 되는 따끈한 국물은 며칠이고 추울 때면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여운을 선명히 남긴다.

따로 순대만 접시로 주문해도 좋다. 수많은 고기 조각이 녹아든 ‘비옥’한 국물은 서비스로 내준다.

★가격=백암순대 1만3000원. 순댓국 7000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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