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와 김현수...
미네소타 박병호(왼쪽)와 볼티모어 김현수가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실망을 안겨드렸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이다.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KBO리그 인기도 높아지고 팬 사랑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하고 돌아온 유턴파들이 급성장한 국내파 거포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2018시즌 프로야구 최대의 관심사는 9일 귀국한 박병호(넥센)와 LG에 둥지를 틀고 훈련을 재개한 김현수가 SK 최정, 두산 김재환과 펼칠 거포 대결이다. 최정, 김재환은 공교롭게도 박병호와 김현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괄목상대한 기량을 과시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박병호와 최정은 우타자에 코너 내야수, 김현수와 김재환은 나란히 좌타자에 외야수다. 유턴파와 국내파, 좌타자와 우타자의 완벽한 맞대결 구도로 눈길을 끈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기 전까지 국내 최고 타자로 손꼽혔다. 2014년 52홈런으로 2003년 이승엽, 심정수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시대를 다시 연 박병호는 2015년에도 53홈런을 쏘아 올리며 사상 첫 2연속시즌 50홈런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산 중심타선을 채우며 ‘타격기계’로 각광받은 김현수는 매년 타격왕 후보로 꼽힐 정도로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타자로 평가받았다. 2015년에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28홈런을 때려냈고 121타점을 쓸어 담아 파워히터로 거듭났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들이 2015년 시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KBO리그를 떠나 최정과 김재환이 대체자로 우뚝 섰다. 최정은 2016년 40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하더니 지난해 46홈런으로 수성에 성공했다. 데뷔시즌(200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두 자리 수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거포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던 터라 지난 2년간 변화가 눈에 띌 정도였다.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던 김재환은 포스트 김현수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역시 김현수가 떠난 직후인 2016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잠실을 홈으로 쓰는 선수 중 최초로 2연속시즌 3할 30홈런 100타점 100득점 달성자로 우뚝섰다. 최정과 김재환 모두 동료들이 인정하는 훈련광이라 끊임없는 노력으로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선수들이다.

김재환
두산 김재환이 2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5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KIA 선발 헥터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넥센은 박병호의 가세로 이른바 ‘초호하’(초이스-박병호-김하성) 타선을 구축했다. 메이저리그식 야구를 추구하는 SK를 넘어서야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다. 고척 스카이돔과 문학구장이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전현직 홈런왕이라는 점에 이들의 맞대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최정이 외국인 선수에게 지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한 것을 알고 있다. 팀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역시 잘 알고 있다. 올해 홈런 레이스에 합류해 많은 대포를 쏘아 올려 팬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김현수와 김재환의 라이벌 전은 더 뜨겁다. 장외에서는 절친이지만 김현수가 ‘한지붕 라이벌’ LG로 둥지를 옮기면서 잠실의 맹주를 꼽기 위한 자존심 싸움이 불가피하다. 특히 두산이 3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해 두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동안 LG는 한 번밖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잠실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김현수가 2년 전 홈런 두 개가 모자라 실패했던 3할 30홈런 100타점 100득점을 돌파해야 김재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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