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가수, 배우 두 가지 모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영원한 섹시 디바' 엄정화는 그 어려운 걸 해냈고, 대중은 그에게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엄정화는 어릴 때부터 연예인으로서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학창 시절, 그는 노래 잘 부르기로 유명한 학생이었고, 소풍이나 장기자랑 시간에는 친구들의 신청곡이 밀릴 정도였다고 한다.


강원도 원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어머니는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등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 가진 '끼'를 포기하지 않았다. 1989년 MBC 합창단 오디션에서 합격해, MBC 합창단 12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92년 배우 심혜진 주연의 영화 '결혼 이야기'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스크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는 '로얄디' CF로 광고계에도 첫 발을 내디뎠다.


다음 해인 1993년 시인 유하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 출연, 배우로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엄정화는 그해 첫 정규 앨범 'Sorrowful Secret'을 발매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타이틀곡이었던 '눈동자'는 특이한 안무와 섹시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한몫하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와 1집 음반 모두 그리 큰 반향을 얻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눈동자'는 가요 차트 10위 안에 드는 성적을 거뒀고, 당시 청순함이 대세이던 여자 가수들 중에서 섹시한 분위기를 풍기며 데뷔부터 남다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에게 1990년대 '군인이 좋아하는 가수'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줘, 엄정화는 가수 데뷔 첫해부터 군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5년 다음 앨범을 발매할 때까지 '굿모닝 영동', '자매들'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탄탄한 연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배우와 가수 활동뿐만 아니라 MC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엄정화는 KBS '특종 웃음 대결'의 MC를 비롯해, MBC'뉴스투데이'에서 '엄정화의 문화살롱'의 진행자로 나서기도 했다.


1996년 두번째 정규 앨범 'Uhm Jung Hwa 2'를 발매했으며, 그중 '하늘만 허락한 사랑'이 큰 히트를 쳤다.


엄정화는 1997년 발표한 3집 '후애(後愛)'와 함께 가수로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앨범부터 작곡가 주영훈과 함께 일하게 되는데, 주영훈이 작곡을 맡은 3집 타이틀곡인 '배반의 장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아울러 이 곡은 엄정화에게 가요 차트에서 최초로 1위를 하는 영광을 안겼다.


장미 가시를 상징하는 뾰족하게 세운 헤어스타일, 짙은 화장, 검은색 무대 의상 등 아방가르드한 무대 스타일로 섹시함을 포인트로 잡은 이 노래로 엄정화는 각 음반 및 가요 차트를 휩쓸었다.


이와 함께 당시 갓 데뷔한 신인 그룹이었던 지누션의 1집 후속곡 '말해줘'에 피처링을 맡았고, 이 곡이 크게 히트하면서 엄정화의 가요계 내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주영훈과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어낸 엄정화는 다음 해 발표한 4집 'invitation'에서 또 한번 그와 손을 잡는데, 4집 타이틀 곡이었던 'POISON'은 전작 '배반의 장미'를 뛰어넘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데 성공했고, 첫 달에만 18만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하는 등 당시 45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4집 앨범의 큰 성공 이후, 엄정화는 1999년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성공적인 5집을 선보인다.


가수 김창환과의 합작품인 '몰라'로 음반 판매 차트와 가요 차트를 휩쓸며 전작들을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다. 또한 당시 톱스타로서의 입지를 가요계에서 여지없이 보여줬다. 엄정화는 이 앨범으로 55만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하며 자신의 재능을 한껏 발휘했다.


그는 '몰라'에 이어 'FESTIVAL'까지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후 '리모콘과 매니큐어'를 내놓았다. 그러나, 성공적인 차트 진입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고, 1주 만에 다시 'SCARLET'으로 교체, 역시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5집 활동을 마무리했다.


5집 발매 후 1년 만에 6집 음반을 발매한 엄정화는 'Escape'로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Escape'에서 스팽글이 달린 와이드 팬츠와 한층 올린 업 헤어를 '카리스마'라는 콘셉트에 맞춰 내세웠지만, 전작들이 얻었던 광범위한 지지를 시장에서 이끌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이후 엄정화는 킹콩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사용한 일렉트로니카 풍의 댄스곡 '틈'을 후속곡으로 내지만 역시 전작들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둔다.


2001년에는 7집 '화(花)'를 발매하는데,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던 '다가라'는 6집보다 더 좋은 반향을 이끌어내며 케이블 뮤직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상파 차트에서는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꾸준히 음반을 발매해온 엄정화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08년에는 그룹 빅뱅의 탑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EP 앨범 'D.I.S.C.O'를 발매, 오랜만에 컴백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엄정화는 배우로서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가수 활동과 함께 꾸준히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다채로운 경력을 쌓아온 그는 가수와 배우로서 모두 성공한 연예계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2002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연기 활동에 복귀한 그는 2003년 영화 '싱글즈'로 호평받았고, 2010년 '해운대'에 출연해 관객 1000만 명을 넘기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엄정화는 지난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게스트로 출연, 폭풍 입담을 과시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무대 위에서의 실수나 사고에 대한 에피소드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엄정화는 무대 도중 콧물이 흘러나왔는데 마치 안무인 것처럼 닦아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또 무대 장치인 화약이 터진 다음 자신이 연기를 들이마셨는데 그 양이 과도해 콧구멍으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고 밝혀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멤버들은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 수 있냐며 놀라워했고, 엄정화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엄정화는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해 대상을 수상하는 것이라 말했고, 지금까지 본상밖에 받아본 적이 없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엄정화는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본상 수상에 그쳤고, 팬덤을 이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철과 자신이 친한 사이라고 밝혔고, 멤버들은 전혀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엄정화는 김영철이 자신의 대기실에 찾아와 조언을 참 많이 해주곤 하는데 처음엔 그것이 고마웠으나 점점 지쳤던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후 엄정화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아는 형님'에 출연한 소감과 함께 인증샷을 올렸다.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 '아는 형님'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아는형님!!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갑고 행복했구요. 편하고 즐겁게 마음 써준 멤버들 모두 너무 감사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서 "이렇게 아이처럼 웃고 떠들고 춤추고 게임을 한게 정말 너무 오랜만이라 넘치게 사랑받았어요. 더 팬이 됐습니다. '아는 형님' 최고예요"라고 덧붙였다.


공개된 사진 속 엄정화는 '아는 형님'의 멤버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눈에 띄는 미모와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이처럼 엄정화는 지난 1992년 정식 데뷔 이후 약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음악 활동과 연기 변신에 도전해왔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다.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조연 시절을 거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면서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찾으며 내실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성장했다. 가수로서는 그간 가요계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독보적인 성채를 구축했다.


그러면서도 긴 연예계 생활 동안 큰 스캔들 하나 없었던 그는 후배 연예인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또한 데뷔했을 때와 별다를 바 없는 그의 동안 미모는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 됐다.


데뷔 직후부터 지금까지 쉴 틈 없이 '열일(열심히 일)'하며 자신을 담금질해온 엄정화의 뜨거운 열정이 있어 향후 그의 모습이 더 기대된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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