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김기태
2017년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현대기아자동차 천하’를 일군 프로축구 전북 최강희 감독(왼쪽)과 프로야구 KIA 김기태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 김용일 기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와 프로야구 KIA를 8년 만에 동반 우승으로 이끈 최강희(59) 김기태(49) 감독은 “이번 동반 우승을 계기로 침체기에 빠진 자동차 시장도 성장세로 전환했으면 좋겠다. 8년 전에도 그랬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최 감독은 “전북에 부임해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에도 조범현 감독이 이끌던 KIA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 기운이 좋았던지 현대기아차도 승승장구해 2011년 정점에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 사드문제 등으로 직격탄을 맞아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로 접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현대와 KIA가 프로축구, 프로야구 동반 우승을 차지했으니 모그룹의 재도약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도 “최 감독님의 ‘닥공축구’는 K리그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KIA도 ‘동행’이라는 슬로건으로 우승을 일궈내 올해는 선수단뿐만 아니라 구단 전체의 운영 방향으로 설정됐다. 이런 좋은 기운이 모그룹까지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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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최강희 감독(왼쪽) 옆에 선 김기태 감독이 겸손한 자세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실제로 두 사령탑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트렌드로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최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전북을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그는 “지도자가 항상 고민하는 포지션은 골키퍼와 중앙수비다. 스트라이커가 없으면 비기면 되지만 골키퍼와 중앙수비수는 대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닥공축구는 역설적이게도 수비수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뒷받침 돼 탄생한 전술이다. 김 감독이 꺼내든 ‘동행’ 역시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모토다. ‘닥공’과 ‘동행’ 모두 팬 퍼스트가 최우선 가치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최 감독은 “프로구단이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은 팬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전북에 처음 부임했을 때 ‘지역에서 사랑받는 팀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약속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다른 팀과 차별화를 고민하다 꺼내든 브랜드가 ‘닥공’이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나름대로 관중이 많이 늘었다. 전북에서 현대라는 팀도 확실히 뿌리 내렸다. 이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승컵을 많이 가져오는게 명문팀이 아니다. 인프라와 팬, 팀 특유의 문화와 성적이 동반 상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감독 역시 “최 감독님 말씀대로 팬이 계시기 때문에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것이다. 팬의 기대에 맞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우리가 가져야 할 사명감이다. 인기구단일수록 지도자부터 선수단 모두 마음이나 행동에서 항상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 프로는 올라갈 때는 힘들게 올라가지만 떨어질 때에는 한 순간이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지향점을 함께 보고 부족하면 끌어주고 넘치면 밀어주며 같이 가는 것이 동행”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중심의 사고는 기업 운영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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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5회 우승을 차지한 최강희 감독(오른쪽)이 첫 우승을 경험한 KIA 김기태 감독을 축하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정상에 있을 때 위기를 대비하는 거안위사(居安危思)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 감독은 “과거 김성근 감독님을 가끔 뵈었는데 김응용, 김인식 감독님들처럼 개성이 강한 거장들은 서로 전혀 친할 것 같지 않은데 여러 모임에서 함께 야구계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시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우리 스승님들은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야구는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에나 야구인들이 뭉쳐서 대비하더라. 월드컵이라는 전세계인의 축제가 4년 만에 한 번씩 열리는데도 K리그는 늘 위축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 감독 역시 “야구도 1990년대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지금 관중 수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 모든 프로스포츠가 흑자로 돌아설 방법을 구체화해야 할 때가 됐다. 종목끼리 뭉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내년 2월 열리는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1월 중순에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짧게 가진 뒤 ACL에 출전한다”고 말했다. 전북 현대가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면 KIA가 킨 구장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두 감독은 “오키나와에서 일정이 겹치면 좋을텐데”라면서도 “일본이 아니더라도 올해는 종종 만나 술잔을 기울이시자”며 손을 맞잡았다. ‘지속적인 강팀’을 공통의 목표로 삼은 두 사령탑이 굳게 맞잡은 두 손에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현대기아가(家)의 2연속시즌 동반우승을 이뤄내자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zzang@sportsseoul.com·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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