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37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의 꽃은 개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인의 이목이 개회식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쏠린다.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은 송승환(60) 총감독은 3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한국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2년 여 동안 열심히 달려왔다. 넌버벌퍼포먼스 ‘난타’로 세계 무대에 K컬처의 매력을 알린 주인공 송 총감독은 올림픽 개·폐회식을 준비하며 쏟아온 노력을 내보일 날이 코 앞에 다가오자 긴장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송 총감독을 경기도 모처에서 만났다.

송 총감독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으로 임명된 것은 지난 2015년 7월이다. 이후 2년 5개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했다. 특히 지난 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이권 개입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삼중고를 겪어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발끈을 고쳐 매고 쉼없이 달려온 송 총감독은 오는 15일 현장에서 펼쳐지는 종합리허설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송 총감독은 “개회식에 쓸 영상을 촬영하느라 얼마전 강원도 산꼭대기에서 추위와 싸우며 밤을 샜다. 현장에 가면 우리가 회의실에서 회의하던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방향을 수정하다 보니 밤을 샜다. 드라마 촬영으로 밤 새는 것은 익숙한데 부담감이 크다. 전세계인이 보는 공연이기에 무척 예민해진다”고 현재 심경을 밝혔다.

D데이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밤샘이 잦아졌다. 회의에 리허설은 물론 의상이나 소품 검수, 제작물 검수 등까지 챙겨야 해 수염을 깎을 시간이 없을 정도다.

송승환

-평창 올림픽이 한달 남짓 남았다. 정말 코앞인데, 진행 상황과 소감은 어떤가.

현재 모처에서 리허설 중이다. 의상이나 소품도 완성단계다. 본격적인 평창 현장에서의 리허설은 1월 15일 시작한다. 현장리허설을 앞두고 실내에서 종합리허설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우리가 해온 게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반응을 얻을까 기대도 있고 또 좋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있다. 그러나 반응이 어떻든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위안을 준다. 최선을 다 했으니 결과가 좋아야 한다.

-지난 해 말 이낙연 국무총리가 회의에서 88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처럼 기억에 남는 개막식을 주문했다.

88서울올림픽 때도 연출팀이 감동을 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했을텐데 그중 ‘굴렁쇠 소년’이 인상적으로 남았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와우포인트’를 여러개 만들었는데 어떤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을지는 예측 못한다. ‘굴렁쇠 소년’ 같은 임팩트를 여러 곳 준비했다.

-공연 전문가로서 개·폐회식에 어떤 노하우를 담을까 궁금하다.

올림픽 개회식하면 흔히 매스게임이 떠오르는데 아시다시피 우리는 예산도 부족하고 공연장도 크지 않아서 매스게임은 처음부터 제쳐놨다. 제가 공연전문가니까 가능하면 공연처럼 하려고 했다. 과거에는 축구장에서 하니까 무대전환을 빨리 할 수 없지만 이번에는 공연장이 작아서 빠른 무대전환을 할 수 있다. 또 영상을 많이 쓰는 것이 다른 올림픽과는 다른 점이다. 영상을 많이 쓰는 이유는 지금은 영상시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관람하는 3만5000명 뿐 아니라 TV에서 보는 수십억을 위해 영상연출에 신경 썼다.

-개·폐회식의 콘셉트는 ‘조화와 융합’, 슬로건은 ‘피스 인 모션’, ‘넥스트 웨이브’ 등이다. 평화가 특히 강조됐다.

리우올림픽이 환경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셉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리도 감독단과 회의하면서 올림픽 정신과 맞고 우리 상황에 맞는 콘셉트를 찾았다. 우리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평화를 갈구한다. 그래서 평화라는 주제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벤치마킹한 개·폐회식 사례가 있을까.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리우올림픽이 참고가 됐다. 다른 나라 올림픽은 다 봤는데 예산에서 너무 차이가 컸다. 북경올림픽은 6000억원이었고 우리는 600억원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하지 말고 어떻게 다르게 할까였다. 그런 의미에서 다르게 하는 쪽에 포인트를 줬다.

-개회식 연출의 양정웅 감독, 폐회식 연출의 장유정 부감독과의 호흡은 어떤가.

두사람에게 다 믿음이 있다. 양정웅 감독은 감각이 글로벌하다. 우리가 만드는 게 전국체전이 아니라 글로벌 올림픽이다. 그런데 하다보면 점점 전국체전처럼 된다. 한국인의 축제로 생각하기 쉽다. 양 감독은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 색깔이나 의상, 소품, 디자인 등 미장센이 꼼꼼하다. 장유정 부감독은 폐회식에 대한 관심이 개회식보다 덜하고 예산도 적어 열세 같은 느낌이 있는데 특유의 독함으로 극복하고 있다. 굉장히 열심이고 적극적이다.

-개막식 당일 추위에 대한 우려가 많다.

올림픽 개회식을 보통 세시간 하는데 우리는 두시간으로 줄였다. 추위 때문에 겨울밤 세시간은 무리다. 가능한한 추위를 해결할 수 있는 연출안을 짰다. 선수단 입장도 굉장히 빨리 하고, 빠른 템포 음악으로 객석에서 일어나서 춤추면서 즐기게 했다. 관객이 공연과 상호 반응하며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신경썼다.

-대중들의 관심이 필수다.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올림픽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 또 우리나라에 워낙 사건들이 많았고 북핵 등 큰 이슈가 있으니까 국민들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적다. 평창패딩이라도 떠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웃음) 그러나 월드컵 때도 한달 전부터 열기가 솟아났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열기가 이제 곧 솟아나 국민 여러분들이 성원해주실거라고 믿는다. 해외에서는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한다는 걸 무척 대단하다고 얘기한다. 동계올림픽을 하는 나라라는 건 국격이 한단계 업그레드되는 거다. 88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전세계에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행사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eggroll@sportsseoul.com

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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