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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017년 손흥민(26·토트넘)은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공식경기 26골을 기록하면서 한국 축구 영웅 역사의 변곡점을 찍었다. 프로 데뷔 이후 늘 우상으로 지목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의 기록을 모두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도 골 맛을 보며 찬란했던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손흥민은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격, 3-0으로 앞선 후반 6분 쐐기골을 터뜨렸다. 역습 기회에서 빠른 발로 상대 오른쪽 진영을 파고든 그는 델레 알리의 침투 패스를 받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깔끔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앞서 해리 케인과 알리의 골을 연속으로 도우면서 리그 2~3호 도움까지 기록했다. 팀은 손흥민의 1골2도움 활약에 힘입어 5-2 대승하면서 리그 5위(11승4무5패·승점 37)로 올라섰다.
◇ 박지성을 동경하던 10대 소년, 같은 자리에서 비상12월 킬러 본색이 두드러졌다. 지난 3일 왓포드 원정을 시작으로 6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아포엘전, 10일 스토크시티전, 14일 브라이턴전에서 4경기 연속 골에 성공했다. 이후 두 경기에서 침묵했으나 손흥민은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골과 도움을 나란히 기록냈다. 12월에만 5골 3도움을 기록했는데, 잉글랜드 진출 이후 한 달 사이 8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EPL에서만 4골 3도움이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과 지난 4월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을 때 각각 4골 1도움, 5골 1도움을 기록한 적이 있다. 12월 역시 이달의 선수상급 활약이다. 그러나 팀 동료 케인이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 이달에만 8골을 터뜨리면서 손흥민의 수상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럼에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최고 역작’이라고 표현하며 ‘영국 신문 머리기사는 케인, 알리가 채우겠지만 손흥민은 조용한 영웅이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올해 ‘기록의 사나이’로 불렸다. 지난 4월 왓포드전 멀티골로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보유한 아시아인 EPL 한 시즌 최다골(9골) 역사를 경신하며 두 자릿수 골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레스터시티전에서 리그 13~14호 골이자, 시즌 20~21호 골을 몰아 넣으며 차범근 감독이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기록한 아시아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31년 만에 경신했다. 또 11월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는 EPL 통산 20번째 골로 박지성이 7시즌을 몸담으며 해낸 아시아인 EPL 통산 최다골(19골)을 3시즌 만에 넘어섰다. 이후 손흥민의 골 행진은 새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눈부신 활약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선수상과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10여 년 전 TV를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시청하며 박지성의 플레이를 동경한 소년이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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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발 10골, 오른발 15골…EPL 진출 첫 헤딩골까지
어릴 때부터 부친 손웅정 씨의 지도로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은 손흥민의 저력은 독일에 이어 잉글랜드 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특히 양발을 고르게 잘 사용하는 장점은 아시아 수준을 넘어선 골잡이로 발돋움하는 데 촉매제가 됐다. 손흥민은 올해 EPL에서 14골,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6골, 챔피언스리그와 A대표팀에서 각각 3골씩 넣어 26골을 작성했다. 오른발로 15골을 터뜨렸고, 왼발로도 10골이나 넣었다. 무엇보다 지난 14일 브라이턴전에서 평소 약점으로 지적된 헤딩으로도 EPL 진출 이후 처음으로 골 맛을 봤다. 절묘한 백헤딩 슛은 그의 골 감각이 절정에 달해있음을 느끼게 한 장면이다. 그는 독일 시절 통산 161경기에서 49골을 넣었는데 이때도 왼발(20골)과 오른발(25골)의 비중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골의 질 자체가 달라진 게 손흥민의 진화를 느끼게 한다. 독일 시절만 하더라도 주로 역습 기회에서 직선적인 돌파하거나 ‘손흥민 존’으로 일컫는 페널티박스 양 모서리에서 감아 차는 슛으로 득점했다. 때문에 토트넘 입단 초기에는 전방 압박을 추구하는 팀 스타일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공간을 활용하고 동료와 연계플레이로 기회 창출하는 부분에서 확연한 발전상을 보였다. 톱클래스 공격수 3대 요건으로 꼽히는 오프더 볼(공이 없을 때) 움직임과 퍼스트 터치, 스프린트에 의한 골 결정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박지성이 소속팀에서 최고 활약을 바탕으로 월드컵에서도 오름세를 이어간 것처럼 손흥민 역시 기대가 크다. 거침없는 질주로 기억될 2017년을 마감하고 러시아 월드컵의 해인 2018년을 겨냥해 축구화 끈을 바짝 동여매고 있는 손흥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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