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린드블럼, 매서운 눈빛~!
롯데 자이언츠 린드블럼이 11일 마산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NC와의 3차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도착해 훈련을 준비하고있다. 2017.10.11. 창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린동원’이라 칭송받던 조쉬 린드블럼(30)이 롯데를 떠나 두산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그 과정에서 린드블럼은 자신의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롯데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터뜨리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과의 협상에서 롯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떠나는 모양새가 됐다. 롯데 역시 린드블럼의 돌발 행동과 이적에 마음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두산은 지난 11일 린드블럼(30)과 총액 145만 달러에 계약했다. 두산 관계자는 “건장한 체격과 젊은 나이, 위력적인 구위 등 린드블럼이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린드블럼은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처음 밟아 32경기에 등판해 무려 210이닝을 던지며 13승11패, 방어율 3.56을 기록하며 롯데 팬들로부터 ‘린동원’이란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30경기(177.1이닝)에서 10승13패, 방어율 5.28로 주춤했고 딸의 건강 문제로 롯데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7월 다시 롯데로 돌아와 12경기에서 5승3패, 방어율 3.72로 다시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묵직한 공을 뿌리며 호평을 받았다.

롯데는 당연히 린드블럼과의 재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협상이 순탄치 않았다. 시즌 도중 급히 린드블럼을 데려와야했던 롯데는 린드블럼 요구에 따라 시즌 종료 후 보류권을 풀어주는 조항까지 넣었다. 프리에이전트(FA)로서 타팀으로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어 린드블럼이 몸값을 높이기 쉬운 조건이었다. 린드블럼은 롯데와 줄다리기를 하던 중 지난 11일 오전 SNS에 자극적인 글을 남겼다. 롯데를 ‘정직하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팀’이라고 비난했다. 딸의 건강 문제까지 이용하는 등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분노했다. 린드블럼이 남긴 글을 보며 타팀 이적이 거의 확정됐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결국 그날 오후 두산 이적이 발표됐다.

린드블럼은 롯데에 느꼈던 서운한 감정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갑작스런 린드블럼의 행동에 롯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구단이 소속 선수와 폭로전 양상의 감정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는 린드블럼의 반응에 대해 억울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딸의 문제를 구단 차원에서 언급한 적도 없었고 린드블럼을 속인 적도 없다는 것이다. 린드블럼이 원했던 보류권까지 풀어주고 최대한 재계약 성사를 위해 움직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브룩스 레일리(117만 달러)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는 것을 공개한 점은 린드블럼이 걸고 넘어질 수 있겠다. 하지만 모 매체에서 보도한 린드블럼의 180만 달러 요구설은 롯데 쪽에서 나온 게 아니다.

두산은 린드블럼 쪽에서 먼저 계약 제의를 해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FA 자격이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두산은 전력강화에 필요한 린드블럼 카드를 놓치지 싫었고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두산은 계약 발표 당일 린드블럼의 SNS 글에 대해 “선수와 구단 사이에 오해가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왜 오해가 있었을까. 복수의 야구 관계자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할 에이전트에서 오해가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롯데가 린드블럼과 직접 대면하고 협상을 진행하진 않았을 것이다. 외국 선수들은 대부분 시즌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간다. 진행사항을 에이전트가 린드블럼에게 전달하고 대답을 얻는 식으로 협상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불거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는 선수 몸값에 비례해 그 대가를 받는다. 선수만큼이나 많은 돈을 받기를 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때로는 영입 경쟁에 불을 당겨야 하고 이적도 시켜야 한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가 A구단에서 뛰고 있는 보유 선수에게 돈을 좀 더 많이 주겠다는 B구단으로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가운데에서 서로의 다른 입장을 전한다면, 그래서 서로 사이가 틀어지도록 만든다면 구단 입장에서 막을 방법은 솔직히 없다”고 말했다.

이번 롯데와 린드블럼의 결별을 보며 야구팬들은 편가르기 하듯 잘잘못을 따지고 있다. 린드블럼 입장에선 이적과 잔류라는 양자택일(兩者擇一) 선택의 기로에서 옮기는 쪽으로 결심을 굳혔을 뿐이다. 롯데 역시 스스로 합리적이라 정한 ‘잣대’를 가지고 린드블럼과의 재계약에 나섰지만 그 ‘잣대’가 린드블럼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롯데와 린드블럼은 불편한 사이로 전락했다. 한 관계자는 “린드블럼이 두산과 원하는 금액에 계약하고 난 뒤 ‘그동안 롯데와 롯데 팬들에 고마웠다’라고 얘기했으면 내년에도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으며 뛸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정한 이치). 하지만 이별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헤어짐은 아쉽지만 앙금이 남으면 제대로 된 이별이라 할 수 없다. 롯데와 린드블럼이 그렇다.

야구팀장

YD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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