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신재원 부자
고려대 신재원(왼쪽)과 그의 아버지이자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이 지난 24일 전주대학교 운동장에서 고려대의 우승으로 끝난 ‘2017 U리그 왕중왕전’ 시상식 후 다정하게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출전으로 6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전날 마지막 모의고사를 아내, 아들과 한자리에서 치렀다.

신 감독은 5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들 신재원이 뛴 고려대와의 연습경기(8-0 승)를 끝으로 울산 소집 훈련을 마무리했다. 관중석에서는 신 감독의 아내 차영주 씨도 고려대 학부모와 나란히 앉아 관전했다. 지난 2일 고려대와 첫 연습경기에선 신 감독이 월드컵 조 추첨 참가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었다. 마침내 한 공간에서 만나 서로를 응원했다.

고려대가 두 차례 대표팀 스파링 파트너로 나서 울산에 머무는 기간 차 씨도 다른 학부모들과 이동해 선수들을 뒷바라지했다. 그는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남편이 훈련 외에도 코치, 선수들과 미팅을 자주 하는 만큼 가까이 있어도 얼굴 보기 어렵다”며 “재원이 엄마로 온 만큼 다른 부모들과 어우러져 울산에 있다”고 웃었다. 지난달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대표팀이다. 이전까지 여러 논란에 마음고생 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동아시안컵에서 내년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여러 구상을 하는 신 감독이 일에만 집중하도록 차 씨 역시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되도록 월드컵 등 축구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때 응원하러 가기 위해 매달 돈을 조금씩 모으는 데 (러시아로 가는 게) 큰 힘이 될지 모르겠다”고 미소지었다.

지난달 말 U리그 왕중왕전에서 고려대의 ‘우승 골’을 터뜨린 신재원은 이날 아버지가 이끄는 국가대표팀 공격을 쉴 새 없이 막아냈다. 이전까지 공격수로 활약한 그는 서동원 감독의 권유에 따라 오른쪽 풀백으로 변신해 이날 선발로 뛰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차두리 코치가 과거 선수 시절에 공격수로 뛰다가 수비수로 전업한 것처럼 고려대에선 신재원의 풀백 가능성을 높게 봤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아들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포지션을 잡아준 감독에게 고마워했다고 한다. 신재원은 풀백으로 변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대표 공격수들을 상대, 혹독하게 적응력을 길렀다. 이날 대표팀 왼쪽 지역에서 뛴 염기훈, 김민우의 공격을 차단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때론 거친 태클과 눈에 띄는 드리블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후반 교체로 들어갈 땐 신 감독과 몇 마디 주고받기도 했다. 신 감독은 “날씨 추운데 고생했다고 격려하면서 더 자신있게 플레이하라고 조언했다”며 “내가 얘기한 건 100% 수긍하지 않겠느냐”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6일 동아시안컵을 위해 결전지인 일본으로 떠나는 신 감독은 또다시 가족과 잠시 이별한다. 출국 전 날 모처럼 같은 공간에서 만나 격려를 주고받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한 신 감독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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