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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미국에서 인터넷 통신망(ISP) 사업자들이 통신망을 이용하는 서비스나 콘텐츠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망 중립성 원칙’ 폐지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 IT기업들과 이동통신사의 온도차가 큰 분위기다.

그동안 망 중립성 완화를 주장해오던 국내 IT기업들은 이 같은 소식에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반기는 모양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역할을 하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다음달 14일 전체회의에서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골자로 한 최종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업계는 최종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망 중립성 폐지를 줄곧 주장해온 아짓 파이 FCC 위원장 주도로 최종안이 만들어진데다 그를 포함한 위원 3명이 트럼프 정권을 지지하는 공화당 출신이기 때문.

이로 인해 미국에 본사를 두고 그간 망 중립성 원칙을 지지해온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들은 ‘노심초사’하며 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망 중립성 원칙은 통신망을 이용하는 어떤 서비스나 콘텐츠든 전송 속도나 접속 여부에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취급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원칙이 폐기되면 통신망 사업자들은 더 많은 망 사용료를 지불한 기업의 서비스나 콘텐츠의 전송 속도를 높여주거나 특정 서비스 및 콘텐츠를 차단할 수도 있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자사 망을 이용하는 모든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해왔지만 이 기준이 폐지되면 트래픽 발생률이 높은 서비스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어 이통사들의 수익은 늘어나는 셈이다.

또한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필요한데 이는 통신사들의 망 투자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콘텐츠 제작자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동영상 콘텐츠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통신사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 속에서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 폐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 중립성 폐기 시 소비자요금 증가, 통신사가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게이트키핑 역할을 할 것이라는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오히려 반대인 상황이다. 통신사와 인터넷 업계가 합리적으로 망 이용료를 분담하면 일반 소비자요금을 낮춰 편익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이미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있을 뿐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 또한 이용자 이익 저해를 근거로 차단·차별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 IT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은 과장된 공포”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역시 4차 산업혁명과 5G 시대 도래를 앞두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촉진, 이용자 편익 증대 관점에서 망 중립성 정책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IT업계는 걱정스런 분위기다. 망 사용료가 올라가면 중소 IT업체나 인터넷·콘텐츠 사업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다 결국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같은 해외 거대 IT기업들과의 역차별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망 중립성이 폐지될 경우 통신사는 트래픽을 많이 쓰는 특정 인터넷 사업자의 서비스의 속도를 제한하거나 막대한 추가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와 같은 현실은 통신요금체제변화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사업자,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중소인터넷기업과 스타트업에게는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도 통신사들이 구글 등 해외 IT기업에 망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는데,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된다 하더라도 통신사들이 구글 등에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역차별은 더욱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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