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병학 인턴기자] "롯데의 강민호, 롯데의 강민호, 오오오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들렸던 강민호의 응원가를 이제 사직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 강민호(32)가 21일 계약기간 4년, 총액 80억 원(계약금 40억, 연봉 총액 40억)에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겼다.
이젠 사자 군단의 포수가 된 강민호는 "10년 넘게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저의 미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다가온 삼성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그동안 응원해주신 롯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시절,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라며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14년간 동고동락했던 롯데를 떠난다는 건 팬들에게도, 강민호 자신에게도 힘든 결정이었을 터. 조금이나마 힘든 마음을 덜어내고자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강민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자 한다.
▲2006년 4월 8일 삼성전 : 강민호, 롯데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했던 첫 경기

강민호가 배영수의 공을 힘차게 받아쳐 동점 적시타를 터트리는 모습이다. 이날 강민호는 3타점을 쏘아 올리며 4-2 승리를 견인, 롯데의 5년만 개막전 승리와 삼성전 14연패의 고리를 끊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2005년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강민호는 이때의 활약에 힘입어 2006년에 처음으로 롯데의 주전 포수로 거듭났다. 이후 11년간 롯데의 타석과 안방마님 자리를 책임지며 '리그 최고의 포수'로 성장했다. 이야기를 하나 더 꺼내보자면, 이 시즌 때 강민호는 유일하게 포수로 풀타임을 소화해 국내 팬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2008년 9월 16일 한화전 : 강민호, 8년 만 롯데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다

롯데의 9-6 승리로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의 꿈을 이루는 순간 강민호는 감독 제리 로이스터와 함께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표출했다. 이날 선발 류현진을 필두로 한화 투수진을 상대로 16안타를 폭발시키며 승리를 거두었는데 그 중심에 강민호(5타수 2안타)가 있었다.
비록 8년 만에 이루어진 롯데의 가을야구 단꿈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무참히 깨졌지만 강민호의 위용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던 때였다. 이후 롯데는 5년 연속 가을 야구 무대를 밟으며 황금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2017년 : 팀의 고참 된 강민호, '베테랑', '형님' 품격 보여줬다

2017 준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를 확정지은 후 박진형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17 준플레이오프 5차전. 강민호가 1회 무실점으로 막은 박세웅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어느덧 팀의 '막내'에서 '맏형'급이 된 강민호는 친형 같은 부드러움으로 후배들과 자주 교감을 나눴다. 동생 투수들이 흔들릴 때면 어김없이 마운드로 걸어가 마음을 다 잡아주고 호투를 펼치면 하이파이브나 주먹을 맞대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7 시즌 박진형, 박세웅, 김원중 등 롯데의 마운드에는 유독 영건들이 많이 나왔다. 이는 안방마님으로 그들과 직접 소통하는 강민호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박세웅 역시 "민호 형의 격려가 많은 도움이 됐다. 항상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라며 강민호의 리더십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14년을 롯데와 함께했던 강민호가 오늘(21일) 대구로 떠난다. 강민호는 이적 발표가 나던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야구 평생 받았던 사랑,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롯데 팬 여러분"이라는 글을 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강민호는 마지막까지 팬들을 생각하며 '롯데 캡틴'의 역할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이제 그는 롯데는 잠시 가슴에 묻은 채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사진ㅣ삼성 라이온즈 제공,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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