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한국-일본전 4회말, 박세웅 내려가고 심재민 등판
한국 야구대표팀의 선발투수 박세웅(오른쪽)이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4회말 무사 1,2루 일본 도노사키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심재민이 등판하고 있다. 2017. 11. 19. 도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도쿄=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기대했던 통쾌한 복수혈전은 없었다. 아시아야구챔피언십(APBC) 정상에 도전했던 한국대표팀이 마운드의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내며 고개를 숙였다. 투수들이 볼넷만 무려 8개를 남발한 끝에 완패했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0-7로 졌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마다 제구에서 문제점을 노출해 승리할 수 없는 경기를 했다. 이닝마다 첫 타자를 쉽게 내보내 위기를 자초했다. 대표팀 내에서도 투수들의 수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승부였다.

사실상 지난 16일 일본 개막전과 17일 대만전에서 펼친 선발카드가 최상이었다. 한국은 소집일부터 포스트시즌을 치러 경기 감각이 떨어지지 않은 장현식과 임기영을 선발 원투펀치로 낙점했다. 반면 또다른 선발 자원인 박세웅과 김대현은 경기 감각과 공인구 적응 등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연습경기서도 둘의 투구 내용은 정규시즌에 비해 좋지 않았다. 때문에 당초 한국은 일본과 개막전에 장현식과 임기영을 모두 투입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전과 대만전 첫 2경기 중 한 경기만 승리해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둘을 나란히 선발 등판시켰다. 장현식과 임기영 모두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며 경기를 접전으로 끌고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세웅과 김대현은 끝내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박세웅은 “1회만 잘 넘기면 5회까지 잘 갈 것”이라는 선동열 감독의 기대와 달리 볼넷 3개를 내주며 3이닝 밖에 버티지 못했다. 3회말 삼자범퇴로 안정을 되찾는 듯했으나 4회말 볼넷과 야수선택으로 맞이한 위기에서 도노사키 슈타에게 2루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하고 교체됐다. 6회말부터 등판한 김대현도 볼넷 2개가 화근이 돼 안타 3개를 맞고 2실점했다. 7회말 이민호가 니시카와 료마에게 맞은 솔로포는 사실상 한국에 KO 펀치였다.

타자들도 지난 16일 일본전과 달리 침묵했다. 제구력과 변화구가 뛰어난 일본 좌완 선발투수 다구치 가즈토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5회말 류지혁과 한승택의 연속 안타로 다구치를 흔들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나 끝내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수비가 위안이 됐다. 한국은 일본의 작전야구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빈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2회말 무사 1, 2루에서 가이 다쿠야의 번트에 류지혁이 빠른 3루 송구로 더블플레이를 만들었다. 4회말에도 가이가 타석에서 스퀴즈 사인에 번트를 대지 못하자 포수 한승택이 정확한 3루 송구로 3루 주자를 태그아웃시켰다. 5회말에는 좌익수 김성욱의 레이저 같은 홈송구로 추가실점을 피했다.

성과만큼이나 과제도 많은 이번 APBC다. 일단 한국은 최소 목표로 삼은 1승을 이루며 최종무대까지 치렀다. 일본전과 대만전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대표팀 세대교체의 기둥이 될 것이란 희망이 생겼다. 어떤 구설에도 휘말리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그라운드에서 분출해낸 팀워크도 보여줬다. 역대 그 어느 대표팀보다 진지한 목표의식을 보여줬고 분위기도 최상이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야 한다. 신예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고 육성시스템도 미비한 KBO리그의 치부가 드러난 APBC 결승전이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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