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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국제대회는 역시 실책이 흐름을 좌우한다.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개막전 한·일전 빅매치에서도 기동력보다 실책이 경기 흐름을 뒤바꿔 놓았다. 당초 내려진 ‘발야구 경계령’이 저간에 깔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 선동열 감독과 일본 이나바 아츠노리 감독 모두 경기를 앞두고 “장타력보다 기동력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고 공헌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기동력이 눈에 띌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다. 치고 달리기 등의 작전을 통해 안타 하나로 두 개의 베이스를 점령할 수는 있지만 양팀 감독의 기대처럼 적극적인 단독 도루로 상대를 흔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력에 자신이 있더라도 상대성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야구의 특성을 고려하면 뛸 용기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한 점차 승부가 많은 한일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아웃카운트 1개와 누를 두고 모험을 걸려는 ‘간 큰 남자’가 등장하기 어렵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을 치른 주루코치들은 “경기의 중요성이 클수록 또 1점차 살얼음판 승부일수록 주자들이 위축된다. 견제 없이 뛰라고 아무리 사인을 내도 스타트를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도 발빠른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포수의 능력, 투수의 퀵모션, 볼카운트별 선호하는 구종 등을 파악하지 못하면 거의 뛰지 않는다. 매뉴얼이 완벽하지 않으면 수동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일본야구의 특성이다. 실제로 일본은 2회말 1사 1루에서 우에바야시 세이지가 2루 도루를 감행했지만 횡사했다. 이후 일본의 기동력은 더욱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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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양팀 감독들의 기동력 강조는 첫 경기, 한일전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선수들을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평범한 타구를 펌블하거나 바운드 측정을 못해 뒤로 빠뜨리는 등 기본을 지키지 못한 실책이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이 선취점을 올린 3회말 2사 1루에서 곤도 겐스케의 1, 2간 타구는 크게 튀어 올랐다. 전문 1루수가 아닌 하주석이 누를 비워버려 내야안타가 됐는데, 1루에 있던 겐타 쇼스케가 3루로 내달리는 모습을 본 박민우가 3루로 급히 송구한 게 뒤로 빠졌다. 3루수 정현이 주자와 송구가 겹치는 상황에서도 쇼트 바운드로 잡으려고 무리한 게 화근이 됐다. 발빠른 겐타가 홈을 밟아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줬다.
김하성의 솔로 홈런 등으로 2-1로 앞선 4회말 2사 만루에서는 이정후의 빗맞은 타구를 일본 중견수 구와하라 마사유키가 뒤로 스타트를 끊었다가 행운의 안타로 만들어줘다. 좌익수 도노사키 슈타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미치지 못할만큼 짧은 타구였다. 도쿄돔은 서울 고척 스카이돔보다 오래된 구장이라 타구 속도가 빠르고 공기 부양식 에어돔 특성상 플라이 타구가 처음 판단한 것보다 더 멀리 날아가기로 유명하다. 구장 특성을 숙지하지 못한 야수들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았는데,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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