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레인즈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과거 기획사가 주도하던 아이돌 그룹의 탄생이 이제 방송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6년 엠넷 ‘프로듀스 101’은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탄생시키며 가요계 한 획을 그었고 올해 시즌2의 주인공인 워너원은 데뷔와 동시에 역대급 인기를 얻으며 가요계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뉴이스트 W, JBJ 등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얼굴을 알린 그룹과 파생팀이 큰 사랑을 받는 가운데 레인즈 역시 지난달 데뷔앨범 ‘선사인(Sunshine)’과 타이틀곡 ‘줄리엣’(Juliette)을 공개 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레인즈는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참가한 김성리(최종 47위), 변현민(45위), 서성혁(31위), 이기원(53위), 장대현(83위), 주원탁(62위), 홍은기(38위)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이다. 즉, 최종 우승자는 아니지만 팬들과 멤버들의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진 특별한 케이스로 7개 중소기획사의 연합으로 탄생하며 가요계 새로운 롤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7개 기획사 대표 중 가장 연장자로서 맏형님 역할을 맏고 있는 C2K 엔터테인먼트 조기훈 대표에게 레인즈의 탄생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어봤다.

-레인즈는 태생부터 조금 다르다.

JBJ, 벚꽃소년 등 다양한 조합이 회자 될때인데 자기들끼리 같이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이미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밥도 먹고 아이들의 의지가 강했다. 서로의 연습실에 가서 연습을 하면서 마음 맞는 통하는 친구들끼리 인위적이지 않게 모여서 하면 아이들도 좋고 회사가 다르지만 서로의 목적이나 목표는 같기에 모여서 시작했다. 가요계 선후배가 모여진 기획사지만 서열을 따지지 않고 각자의 의견을 내면서 7개 회사가 연합을 해서 모두가 협업을 한다. ‘프로듀스 101’에서 순위로 평가를 받았고 그에 대한 회사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런 것을 배제하고 이런 친구들이 모여서 상호작용을 한다면 좋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 마음으로 어려운 이해관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레인즈 데뷔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레인즈로 데뷔하기를 가장 원했다. 그리고 각자 개인의 회사 경쟁력으로는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지만 연합을 하면 새로운 시너지와 또 다른 케이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것이 어렵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가요계에서 인정받는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 모두 공감을 했다.

레인즈

-연습생끼리 교류나 SNS 활동을 꺼리는 소속사도 적지 않다.

방송의 메커니즘도 알고 팬들의 사랑을 경험한 아이들이라 신인 연습생과는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 회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연락을 하고 교류하는 것을 통제하진 않았다. 시즌 1을 보면서 걱정도 했는데 자율성을 주었기에 이런 팀이 탄생한 것 같다. 오히려 바로 데뷔를 하지 못했으면 상실감도 크고 회사와도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하나의 회사에서 제작하는 것과 가장 다른 차이점은 무엇인가.

개별적으로 소속사 대표이자 사장이다. 회사마다 각자 A&R 기능도 있고 팀을 준비하고 데뷔하는 과정을 몇차례 이상 경험을 해서 서로 다른 방식의 이견을 좁히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각자 하나의 파트장이 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가면서 준비를 했다. 여의도에서 왕성하게 움직이는 친구는 스케줄 정리를 하고 기획적인 시스템을 갖춘 친구는 기획 파트장 역할을 했다. 나는 나이가 가장 많다보니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일주일에 서로 3번을 만나 회의를 하는데 각사 대표다 보니 어디 한쪽의 의지하기 보다는 7개 회사의 의견을 하나로 만들어 가고 있다.

-여러 회사가 연합을 하면서 좋은 점도 있다.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30년 정도 업계서 일을 한 분들이라 각자의 노하우가 다 있다. 회사마다 개별적으로 가진 강점이 다른데 그런것이 합쳐지다 보니 장점이 된다. 가령 어느 기획사는 어는 방송사와 친분이 없을 수 있는데 7개가 모여지다보니 다 상쇄될 수 있는 상호작용이 생긴다. 또 조그만 회사가 모이다보니 시스템 자체가 대형 기획사 만큼 잘 갖춰지지 않았지만 각자 잘하는 분야마다 시스템을 공유한다. 시행착오도 있지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레인즈
레인즈와 조기훈 대표 제공|조기훈 대표

-워너원과 JBJ와 비교는 피할 수 없다.

경쟁을 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그렇게 본다. 우리도 당연히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그들보다 잘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데 경쟁보다는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모든 팀이 팬들의 선택과 바람으로 탄생했는데 선순환 구조가 돼서 워너원도 잘되고 JBJ도 잘되야 우리도 잘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결과와 상관없이 무대에 올라 화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좋다. 쇼케이스 때는 대기실에 가서 안아줬다. 어린 아이들이 경연 프로그램을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많은데 1차적인 목표인 데뷔를 하고 이제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더 높게 올라가길 기대한다.

-레인즈만의 강점이나 차별성은 무엇인가.

7명 중 누구 하나도 캐릭터가 겹치는 친구가 없다. 심지어 성도 다 다르다. 다른 아이돌에 비해 보컬라인에서도 주목받는 친구들이 있고 녹음실에서 애먹지 않았다. 안무나 퍼포먼스면에서도 짧은 준비기간에도 어느 팀에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고 완벽한 아이돌 한팀이 만들어졌다. 기존에는 누구 하나가 부족해도 그냥 데뷔하는 경우가 있지만 레인즈 7명은 캐릭터가 다르고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힘든점이 없었다. ‘프로듀스 101’을 통해 단시간에 무언가 만들어 내는 훈련이 됐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 역시 자신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가 뛰어 넘어야 할 문제다. 1년을 목표로 하는데 더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각자 회사마다 사정이 달라 고민이 크고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CJ나 로엔처럼 대형회사에서 하는 것보다 우리는 연합을 해서 만든 프로젝트이기에 이런 고민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대중문화하는 것이 하나로 규정 지을 수 없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 다른 형태로 계속 변화되어 간다. 우리도 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향후에 레인즈 활동도 하고 휴식기에는 개별활동도 하는 등 여기서 또 다시 파생되는 그룹이 생기고 그 팀들 모두 상호작용하는 시너지를 내길 기대한다.

조기훈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최근 연습생 혹은 아이돌 오디션이 연달아 진행되고 있다.

‘프로듀스 101’의 성공 이후 ‘더 유닛’ ‘믹스나인’ 등이 방송되고 있다. 각자 다 성공할 수 있고 ‘프로듀스 101’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그칠 수도 있다. 다만 절박한 친구들이 많다. 많은 재능이 있어도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연습생과 아이돌을 응원해주고 싶다. 30년 이상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아이돌이라는 꿈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고 고생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보이지 않은 친구들이 주목받으며 좋은 팀이 탄생하길 바란다.

-‘레인즈’는 중소기획사에게 비즈니스 모델로서도 매력적이다.

다른 회사에서 굉장히 관심있게 본다. ‘프로듀스 101’ 시즌1과 시즌2를 거치면서 환경이 임의적으로 바뀌었다. 제작환경은 어려워지고 연습생 관리도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방송사나 대형기획사가 아니기에 흐름을 바꿀 수 없다. 게다가 몇년전부터는 좋은 자원을 가진 연습생이 중소 기획사로 올 확률이 낮아졀고 대형 기획사를 선호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좋은 신인을 발굴할 기회가 적어졌다. 반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졌다. 작은 회사지만 방송의 지원을 받는다면 데뷔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의식도 생긴 것 같다. 군소기획사 역시 아이디어를 잘 내놓는 다면 우리처럼 또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각 회사마다 좋은 친구들이 있다면 한 회사에서 한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친구들을 조합해서 활동하는 방향성을 제시해 볼 수 있다.

-레인즈의 미래나 앞으로 기대하는 것은

‘프로듀스 101’을 진행하면서 매겨진 순위가 대중의 판단 기준이 된다. 워너원과 JBJ에 비해 높은 등수는 받지 못했지만 차근차근 조금씩 레인즈의 색을 보여주다 보면 그때 받지 않은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레인즈 역시 시스템이 조금 덜 갖춰진 중소기획사에게 하나의 케이스가 되서 많은 조명을 받았으면 좋겠다. 제작능력과 사람을 보는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이 기회를 못 갖는 것처럼 기획사 역시 기회를 못가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케이스를 통해 다양한 기회가 고루 돌아갔으면 좋겠다.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프로젝트 레인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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