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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통 크게 쏜다.”
KIA가 2009년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통합우승으로 2010년대 첫 우승을 달성한 KIA는 일단 왕조 재건의 틀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좌완 에이스 양현종(29·KIA)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 우승에 헌신했다. KIA가 어렵게 오른 정상 자리를 계속 지키려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다시 행사할 양현종을 잡아야만 한다. KIA는 30억 이상의 거액을 준비해 양현종 잡기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올시즌 22년 만에 국내 투수 20승(6패)을 달성한 양현종은 최고의 해를 보냈다. 31경기에 등판해 193.1이닝을 던지며 15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개인 한 시즌 최고 승률(0.769)도 기록했다. KIA의 2000년대 첫 우승을 한 2009년 12승5패, 1홀드, 방어율 3.15로 활약했던 양현종은 그 해 한국시리즈(KS) 3경기에선 1패, 방어율 6.14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8년만에 다시 KS 마운드를 밟은 양현종은 달랐다. KS 2차전에 선발등판해 KS 사상 최초로 1-0 완봉승을 거뒀다. KS 1차전을 내줬던 KIA는 양현종의 눈부신 호투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양현종을 만난 뒤 불붙었던 두산 타선도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양현종은 KIA의 우승까지 자신의 손으로 확정지었다. KS 5차전에서 7-6으로 근소하게 앞서던 9회 등판해 1이닝을 잘 막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생애 첫 마무리 등판이 팀 우승의 마지막 매듭을 짓는 자리가 됐다. KIA는 양현종의 활약 속에 2차전부터 5차전까지 내리 4연승을 거두며 11번째 우승 헹가래를 쳤다. 양현종 덕분에 KIA는 스토리를 더해 드라마틱한 우승신화를 쓰게 됐다.
KIA가 다음 시즌에도 우승의 기쁨을 이어가기 위해선 양현종을 잔류시켜야만 한다. 양현종은 지난 겨울 총액 22억 5000만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올시즌을 마친 뒤 KIA는 양현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시즌 우승의 맛을 본 양현종은 KS 5차전을 마친 뒤 “다른 팀이나 해외로 진출하기 보다는 KIA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KIA가 자신의 헌신에 대한 대접을 톡톡히 해줄 것이라 믿고 있는 눈치였다. KIA 구단 관계자 역시 “양현종은 KIA에 남을 것이다. 잡을 것이고 선수 역시 떠나는 것보다 남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자신했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하는 양현종이 KIA 유니폼을 계속 입느냐는 역시 금액에 달렸다. 올시즌 연봉 15억원(계약금 7억5000만원)을 받은 양현종의 내년 몸값은 상황에 따라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좌완 선발투수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양현종에게 러브콜을 할 일본팀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양현종은 “선수라면 누구나 메이저리그(ML)에서 던지는 것을 꿈꿀 것”이라며 ML 도전 역시 고려하고 있다. 올시즌의 몸값을 고려하면 KIA는 최소 30억원 이상을 양현종에게 안겨줘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구단과 영입전이 벌어질 경우 더 많은 돈을 베팅해야할 수도 있다.
1년에 30억원 이상이라면 엄청난 거액이다. 그러나 4년 계약을 기준으로 특급 FA 선수의 몸값은 이미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양현종의 가치는 올시즌을 통해 입증되고도 남았다. 게다가 양현종은 내년이면 30살로 선수 생활의 절정기에 접어든다. KIA 입장에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카드다. 양현종이 없었다면 올시즌 KIA의 통합우승이 가능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KIA가 가장 잘 알고 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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