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만루포 최주환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최주환이 6회말 무사만루 좌월홈런을 날린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역전 그랜드슬램으로 연결한 두산 최주환도 그랬다. 4-6으로 뒤진 6회말 무사 만루에서 자신이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유를 증명했다.

최주환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 NC 선발이 사이드암 이재학이라는 점도 배경이 됐지만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가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 올리지 못한 점도 선발 출전 기회를 잡는 요인이 됐다. 무엇보다 전날 PO 1차전 9회말 첫 타석에서 대타로 나서 김진성을 상대로 큼지막한 플라이 두 개를 쏘아 올려 두산 김태형 감독의 감(感)을 자극했다. 이재학에게는 꽁꽁 묶였지만 NC 김경문 감독이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제프 맨쉽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만루홈런으로 팀을 기사회생시켰다. 이 한 방으로 PO 2차전 MVP로 선정돼 100만원 상당의 타이어 교환권을 선물로 받았다.

6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이 구창모에게 볼넷을 골라나가자 오재일도 끝끝내 4구로 출루했다. NC 벤치는 급히 맨쉽을 투입했지만 양의지도 제구가 안되는 슬라이더를 참아내 누를 꽉 채웠다. 2회 포수 파울플라이, 4회 유격수 플라이 등 호쾌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하던 최주환은 쉼호흡을 한 번 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를 침착하게 골라내며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은 최주환은 맨쉽이 던진 바깥쪽 투심 패스트볼을 벼락같이 밀어냈다. 큰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좌측 펜스를 살짝 넘어가 관중석에 꽂혔고 두산 더그아웃은 환희로 가득찼다. 최주환도 이 한 장면을 위해 12년 간 백업 설움을 견뎌낸 것처럼 크게 환호했다. 만루홈런으로 내준 1차전 승기를 그랜드슬램으로 되찾은 결정타였다.

[SS포토] 최주환, NC를 주저앉힌 역전 만루 홈런!
두산 베어스 최주환이 18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의 2차전에서 4-6으로 뒤진 6회 만루 홈런을 쳐낸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경기 후 최주환은 “6회말에 왼손인 구창모가 등판하길래 경기에서 빠질 것으로 생각했다. 1, 2루에서 맨쉽이 마운드에 오르자 강석천 코치님께서 ‘교체 없으니까 자신있게 치라’고 말씀하시더라. 그 한 마디가 힘이 됐다. 감독님께서 끝까지 믿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 못치면 진다’는 결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 간절함이 만루홈런이라는 선물로 돌아왔으니 그간의 마음고생도 훌훌 털어버렸다. 사실 올해 두산이 정규시즌 2위까지 치고 올라온 데는 최주환의 역할이 매우 컸다. 시즌 129경기에 2루수, 3루수, 1루수 등으로 꾸준히 출전해 120안타 57타점 타율 0.301로 주전 같은 백업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오재원 허경민 등 국가대표 내야수들로 구성된 두산이라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를 잃었지만 가진 능력만큼은 타 구단 주전 내야수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던 최주환이다.

그는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오늘 홈런은 정말 잘 맞은 것 같다. 팀이 이겨서 너무 기쁘다. 2차전까지 내줬으면 굉장히 어려운 경기가 될 뻔했다. 비교적 마음 편히 마산으로 갈 수 있어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주환을 연호하는 관중들의 함성이 잠실구장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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