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2002)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2002년 7월7일 출국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본선 가면 헌신(dedication)하겠다.”

‘히딩크 논란’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등장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으나 이번에도 시원하게 풀린 것은 없다.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의 문체부 국감에선 ‘히딩크 논란’도 화제에 올랐다. 증인 대상은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노재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이었다. 국회가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를 국정감사에 부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앞선 2005년, 2012년과 달리 이번엔 감독 선임이란 협회 고유의 권한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런 가운데 김 부회장은 ▲지난 6일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히딩크 감독이 프랑스에서 만나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비공식적으로 돕는 것에 합의했고 ▲내년 러시아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둘러보기 위해 해외에 체류해야 하며 ▲히딩크 논란은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들어 불참했다. 노 총장만 참석한 반쪽 청문회가 됐다.

게다가 노 총장의 주장 역시 뭐가 진실인지 모호하고, 기존 판을 뒤엎기엔 미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노 총장은 이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사임한 다음 날인 지난 6월16일 러시아에서 히딩크 감독을 만났는데 매우 안타까워하시길래 ‘감독님께서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내가 먼저 요청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한 뒤 “당시엔 아무 말씀 없으셨는데 이후 계속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18일 마음의 결심을 하셨다.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 방송 해설 때문에 당장 움직이지는 못해도 한국이 본선 진출하면 ‘헌신(dedication)’하겠다고 하셔서 급한 마음에 김 부회장에게 19일 카톡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일 뒤 당시만 해도 기술위원장을 겸하지 않은 상태였던 김 부회장과 전화 통화도 했다고 주장했다.

노 총장 발언의 핵심은 히딩크 감독이 “본선 가면 헌신하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이 8~9월에 열리는 최종예선 9~10차전을 건너뛰고, 본선행이 확정된 뒤부터 한국 축구와 재결합하겠다 주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 내용은 히딩크 감독의 ‘진정성’ 결여와도 연관된다.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만 하고 다른 감독에 지휘봉을 넘겨줄 지도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 총장의 말에 따르면 히딩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을 거론했으나 이 대회는 지난 6월17일 개막, 7월3일까지 열렸기 때문에 9~10차전 일정과는 전혀 겹치지 않았다.

헌신의 뜻에도 논란이 분분하다. 히딩크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지도자가 헌신을 얘기했으면 이는 당연히 감독직이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구체적인 감독직 수행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용수 부회장은 지난 6일 히딩크를 칸에서 만난 뒤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히딩크 재단 관계자가 러시아전을 주선하기 위해 계속 대한축구협회에 출입했지만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히딩크 감독도 대한축구협회와 연락하는 과정에서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 히딩크 감독이 직접 재단 관계자를 통해 문자로 사령탑을 맡을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시켰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다만 그도 “이 문제는 재단 관계자가 설명할 일이다”는 전제를 달았다. 노 총장은 국감장에서 이종배 의원이 “히딩크 감독은 증인에게 한국 감독으로 오고 싶다는 말을 한 게 아니라 도움을 주고 싶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증인이 오고 싶다는 식으로 이 야기를 해 혼선을 가져온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소모적인 논란은 끝이 없다. 일각에선 대한축구협회, 히딩크재단과 모두 등질 수 없는 히딩크의 현실을 거론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명쾌한 정리는 결국 히딩크 본인만이 할 수 있다. 그가 국정감사장에라도 나올 수 있다면 좋지만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교문위는 오는 30일 문체부 종합감사 때 김 부회장 혹은 대한축구협회 내 다른 핵심 인사의 재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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