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평가전
축구 국가대표팀 기성용(가운데)이 10일(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엔느의 티쏘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공을 몰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지면서도 배우고,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평가전의 목적이다. 평가전의 의미를 곱씹어볼 때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호’는 큰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 틀림없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점들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스위스 빈/비엔느의 티소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지난 7일 치른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4로 패한데 이어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연패를 당했다. 러시아전과 달리 선발라인업을 크게 바꿨지만 전반 28분만에 3장의 교체카드를 쓰면서 당초의 전술을 빠르게 포기했다.

◇잘하는 것 다듬기도 부족한 시간, 맞지 않는 옷은 버려야.

전원이 해외파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은 포지션별 선수구성이 수월치 않았다는 이유로 변형 스리백 형태의 전술을 활용했다. 종전 대표팀이 포백을 중심으로 경기를 치러왔던 점, 신태용 감독도 포백을 중심으로 한 전술을 선호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익숙하지 않은 포메이션이었다. 날개 공격수 이청용이 측면 수비를 맡으면서 수비의 불안함은 더욱 커졌다. 팀에 맞지 않는 전술을 활용함으로써 경기력도 좋지 않았지만 평가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적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플랜A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으면서 조금씩 새로운 것들을 가미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

몸에 맞지 않는 수비전형과 선수구성으로 인해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무너졌다. 침투하는 상대선수를 놓치고 우왕좌왕하면서 편하게 패스하고 슛할 공간을 내줬다. 급히 선수를 교체해 포백으로 바꾼 이후 경기력이 다소 나아진 것이 스리백 활용의 불필요성을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엔느의 티쏘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조직력이든 투지든, 부족한 개인기술 보완책 필요

아시아 무대를 벗어나 치른 평가전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 것은 상대에 비해 부족한 개인기술이었다.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공은 발앞에 서지 않고 튀어나가면서 다음 플레이로 이어지지 못했다. 공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다보니 논스톱 패스도 나오지 않았고, 공을 잡아놓는데 시간을 소비하며 패스 타이밍도 늦어졌다.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마저 밋밋해 상대골문을 향해 달리면서 패스를 이어받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크로스 등 슛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마지막 패스의 정확성도 답답한 수준이었다. 가볍게 툭툭 짧은 패스로 공격해 나오는 상대와는 달리 투박했다.

상대와 일대 일로 맟선 상황에서 개인기로 피해가지 못하고 공을 뒤로 돌리는 소극적인 모습도 경기를 답답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공격전개 속도가 뚝 떨어진 와중에 위치를 잡고 기다리는 상대를 공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상대수비가 밀집된 곳에서는 개인기술로 돌파하려고 무리하는 장면이 많았다. 짧고 간결한 패스로 상대 수비조직을 흔드는 장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소극적이어서 비난 받는 것, 뒤로 물러나면 어쩌나.

대표팀의 경기력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중요한 이유는 이기지 못해서만이 아니다.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며 성토하는 것이 골을 넣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경기라도 할 수 있는 한의 적극적인 모습, 한국 축구가 만만하거나 나약하지 않다는 의지를 최근 들어 목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도 있다. 신태용호 수비수들은 상대가 한국의 위험지역까지 공격해 들어올 때 공간을 좁히고 달라붙는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 선수가 슛을 하는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고 앞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상대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너무 쉽게 침투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게 놔뒀다.

공격에서는 과감한 슛을 몇 차례 시도하면서 종전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공격으로 전환한 후의 모습이 썩 좋지는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아래의 선수들이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뒤에 머무르면서 공간을 좁혀주지 않아 공격이 원활하지 않았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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