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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을 확정한 현대건설의 반포 디에이치클래스트 조감도. 제공|현대건설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단군이래 최대’라는 공사비 2조6000억원을 놓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유례없는 혈전을 펼쳤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의 시공사가 27일 공동사업자 선정총회에서 현대건설의 품으로 돌아갔다. 현대건설은 총 2193명(95.6%)의 조합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1295표(59%)를 받으며, GS건설을 여유 있게 제쳤다.

경쟁 초반만 해도 반포에서 여러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주한 GS건설이 유리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현대건설을 향한 표심이 공고해졌다. 승부는 어디서 갈렸을까? 반포 1단지 재건축조합원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물었다.

현대건설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 로고
현대건설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 로고.

◇이사비 7000만원, 고령 조합원 꾄 영리한 전략

32평을 보유한 장인을 도와 수주전을 지켜본 김주원씨(40·가명)는 승부처를 지난 21일 열린 조합 주최 시공사 선정 합동설명회를 꼽았다. 당일 설명회에는 이례적으로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GS건설 임병용 사장이 직접 참석해 주민설득에 나섰다. 김씨는 “국토교통부가 현대건설이 제시한 이사비 7000만원이 과도하다고 시정조치를 내린 뒤였는데, 정 사장이 나와서 ‘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약속한 돈을 모두 조합원에게 쓰겠다’고 했다. 그런데 임 사장은 현대건설 흠집 내는데 시간을 써버렸다. 그 일 이후 GS건설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졌다”고 말했다.

사실 네거티브 전략은 GS보다 현대가 먼저 썼다. 현대는 GS의 자금력을 문제 삼아 대형공사를 하기 힘들다는 식의 홍보를 했다. 이런 공격에도 시종 ‘젠틀하게’ 대응했던 GS는 후반부 들어 현대의 이사비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처음부터 GS는 이사비 챙겨줄 생각도 안 했으면서, 왜 다른 데서 주는 돈까지 못 받게 하느냐”며 괘씸죄를 삼게 됐다는 것.

김씨는 “사실 조합원 평균 연령이 74세다. 왕년에 잘 나갔던 분들은 맞지만 지금은 현금유동성이 많지 않다. 이분들 한테는 공사기간 동안 이사 2번하고 복비 내고 인테리어 하고 이런 게 다 엄청나게 큰돈이다. 현대가 ‘7000만원 이사비 주겠다, 무이자로 4년간 5억 대출해주겠다’고 한 건 조합원 특성을 영리하게 읽은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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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제안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설계안 ‘반포 디에이치클래스트’ 제공|현대건설

◇“현대 좀 도와달라” 읍소전략 보수 표심 흔들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마케팅’에서도 현대가 좀 더 우위였다는 평가다. ‘산업역군 현대’라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홍보는 투박하고 촌스러워도 고령 조합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씨는 “70대 유권자를 향한 선거홍보 전략 비슷했다. 현대 사업설명회에 가면 맨 처음 고 정주영 회장의 영상이 나오며 현대가 걸어온 최초 역사가 쭉 나오는데 그게 황금기를 같이 보낸 산업화 세대에게 통하더라”고 말했다.

또 “현대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만나면 ‘우리는 여기서 돈 안 벌어도 됩니다. 압구정 현대 따내기 위해서라도 진짜 여기다 멋지게 한번 지어보려고 합니다. 기회를 주십시오’하면서 읍소했다. 어르신 중에 ‘현대가 요즘 자동차도 많이 어렵다는데 우리가 한번 도와줘야지’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더라”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을 마친 반포주공 1단지는 최고 높이 35층 5388가구(전용 59~212㎡)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공사비와 이주비, 사업비, 중도금 대출 등을 합치면 총사업비용은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현대건설의 야심작이 될 ‘디 에이치 반포 클래스트’는 이르면 2022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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