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KIA 선수단, \'100만 관중 돌파 감사합니다\'
2017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선수들이 경기 후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캡틴 어디갔어?”

KIA 김기태 감독이 지난 26일 광주 LG전을 승리로 장식한 직후 주장 김주찬을 찾았다. 이범호를 불러 “(김)주찬이 못봤냐”라며 확인까지 했다. 상당히 다급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날 경기는 올시즌 KIA의 홈 최종전이었다. 창단 후 처음으로 홈 100만 관중을 돌파해 이날 승리가 더욱 값졌다. 특별제작한 ‘홈 100만 관중 돌파 기념 유니폼’까지 맞춰 입고 에이스 양현종의 역투와 김주찬 안치홍의 홈런쇼 등으로 완승을 거둬 정규시즌 우승 희망을 재점화했다. 잔여경기 일정이 발표되자마자 홈 최종전에서 한 시즌 열띤 응원을 보내준 팬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경기 직후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챔피언스필드 최초 100만 관중 돌파’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3루 더그아웃 앞에 도열했다. 훈련복을 입고 있던 헥터 노에시도 급히 유니폽을 입고 달려나와 인사에 동참했다. 단 한 사람, 김주찬만 첫 인사에 동참하지 못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방송사가 수훈선수로 선제 2점 홈런을 때린 김주찬을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측이 “팬 감사 인사가 있어 행사 뒤에 이어서 하는게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방송사측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편성 때문에 경기 직후 해야만 한다며 강행했다. 빨리 끝내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스포츠케이블 채널 3사는 시즌 때에도 경기 직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녹화해 해당경기 하이라이트 이후 내보내는 촌극을 펼칠 만큼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시청률에 사활을 건다. 이날 김주찬의 수훈선수 인터뷰도 하이라이트에 녹화 중계됐다.

[SS포토] 양현종,
2017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양현종이 경기 후 딸 지온양을 부르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날은 구장을 찾은 홈 팬에 감사 인사를 하는 홈 최종전이었다. 인구 146만 여 명인 광주에서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준 팬에게 인사하는 자리에 김주찬이 처음부터 동참하지 못하자 김기태 감독이 오히려 팬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이 고마움을 전하고 도열한 선수단 앞으로 돌아갈 즈음 합류한 김주찬은 부랴부랴 마이크를 잡고 “큰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행사 시간이 불과 2~3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 홈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해 정규시즌 우승 희망을 이어간 상황을 배려하면, 수훈선수 인터뷰 보다 현장 분위기를 담아 선수단과 팬이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가치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공식 행사 말미에는 타격 선두 김선빈이 양현종의 어린 딸 지온양에게 100만 관중 기념구를 다정스럽게 전달했고, 안치홍은 백네트 뒤 4층 관중석에서 환호하는 팬에게 기념구를 투척했다. 외야에 있는 관중들에게까지 눈길을 보내며 고마움을 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현장에 있는 소수 인원들만 봤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로 선수단과 팬의 교감이 훈훈했다.

이날의 해프닝은 시청률이라는 숫자를 만들어주는 매개로만 야구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야구인들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조롱거리로 전락시키거나 폄하하는 행태가, 시청율 경쟁이 거세질수록 또 이른바 ‘1순위 중계’일수록 잦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람이 직접 득점하는 야구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사체의 가치등급은 철저히 사람에게 맞춰져야 한다. 생존방식의 차이, 가치 기준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야구를 중계하는 방송사가 선수들에게서 “우리 중계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시청률이라는 숫자에 함몰돼 야구의 본질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자문해 볼 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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