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그림자처럼 다른 스타를 빛내는 역할을 해왔던 방송인 김생민이 이제야 자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데뷔한지 25년 만에 터진 초특급 인기로 전성기를 열었다.


김생민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방송가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다. KBS2 '연예가중계', MBC '출발 비디오여행', SBS '동물농장'을 각각 21년, 20년, 17년째 출연 중이다. '연예가 중계'는 생방송이지만 주중에 틈틈이 녹화가 있다. 최근 물오른 인기에 방송가 러브콜이 줄 잇지만 고정 프로그램과 의리 때문에 타 방송 출연이 쉽지 않다는 후문.


아울러 김생민의 근검절약 정신 또한 잘 알려져 있다. '절약'이라는 신념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그는 기존에 판치던 흥행 공식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대중의 삶속에 파고 들어온 '김생민의 영수증'에 많은 시청자들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고 있다. 과거 방송에서 화제를 몰고 오지 못했던 '절약'이란 키워드가 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몇몇 스타들의 '억' 소리나는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대중이 '일확천금'이 아닌 현실적인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행보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김생민의 영수증'은 '국민 통장요정' 김생민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과 적금으로 부를 축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그가 시청자가 보낸 한달 치 영수증을 보고 이를 주도면밀히 분석해주고 있는 것.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 보장'의 한 코너에 불과했던 '김생민의 영수증'은 타오르는 인기에 힘입어 KBS2TV에서 6부작으로 기획했다.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최장수 리포터'라는 타이틀 거머쥔 김생민은 가늘지만 길게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한 우물만 판 그의 '묵직한 노력'이 통한 것일까. 최근 김생민은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데뷔 이래 한번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이기에 대중은 더욱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방송가에서 '짠돌이'로 이름 깨나 날리던 김생민은 "돈은 원래 안 쓰는 것"이라는 자신 만의 신념을 가지고 아끼고 또 아끼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셔츠 세벌로 16년간 방송에 임했고,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는 절대로 사 먹지 않으며, 후배들과 만남을 자제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평소 알뜰살뜰한 생활을 해왔던 그의 진가가 25년 만에 '영수증'을 통해 빛을 발한 것이다.


김생민은 어록 제조기 면모도 드러냈다. "그뤠잇", "스튜핏" 단 두 마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방송에서 돈을 아끼고 절약한 사례에는 "그뤠잇(Great)"을, 충동적이고 불필요한 소비에는 "스튜핏(Stupid)"을 외치는 유쾌한 추임새로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적재적소 터져 나오는 두 단어는 전 '국민 유행어'로 발돋움했다.


김생민은 시청자들의 소비 습관을 매의 눈으로 지적하면서도 조언과 저축하는 방법을 시청자들과 공유하면서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그는 "커피는 선배가 사줄 때 먹는 것", "핫 요가는 집에서 문 닫고", "햄버거는 명절 때 먹는 것" 등의 어록을 쏟아내며 대중의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이 들불처럼 번진 우리의 팍팍한 현실 속에서 어차피 마련하지 못할 큰 돈을 꿈꿀 바엔 지금 당장을 즐기겠다는 젊은층의 소비 습관을 철저하게 분석해 진지하고 현실적인 절약 꿀팁을 전했다.


무엇보다도 김생민의 절약 정신에는 '한 방'보다 '꾸준함'이 포인트다. 지금 여유있다고 소비를 늘렸다가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 주저앉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는 "절실함이 있다면 작더라도 저축에 도전하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라며 '절실함'을 강조했다.


그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생민은 '예능 대세'들이 출연한다는(?)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데 이어 최근에는 MBC 새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MC로 발탁, 대세 MC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대중은 알고 있다. 그가 방송인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이는 지금까지 김생민이 '경천동지'할 대박 인기를 누리진 않았지만, 가늘고 길게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이유이기도 하다. 수많은 스타가 명멸해가는 연예계에서 그는 무려 25년 동안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것이 지금에서야 그가 '슈퍼 그뤠잇'한 전성기를 맞은 결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KBS2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