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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유봉에서 내려다 본 풍경. 한반도 지형을 닮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영동=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 자 하늘을 보자. 이젠 더이상 여름이라 부르기도 뭣하다. 먹구름과 함께 수시로 비를 뿌려대던 심술쟁이 하늘이 어느새 한가득 미소를 짓고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차창 넘어 가을 하늘엔 양떼구름과 카푸치노 거품을 닮은 구름, 손오공이 타고 날아온 듯 뭉개구름(근두운)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동화 속 가을 하늘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버릇처럼 하는 일이 생겼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매일 새 단장하는 가을 하늘을 마주하는 일은 마치 첫 사랑을 만나듯 설렌다. 도심 가로수 은행잎은 노란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준비에 분주하다. 한강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깊어가는 가을의 들머리 ‘백로’에 한반도 내륙 중심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충북 영동땅으로 가을 마중을 나갔다.소백산맥 추풍령 자락에 위치한 영동은 고산준령을 병풍처럼 두르고 덕유산서 발원한 금강이 양산면을 휘감아 돌며 빼어난 절경을 빚어내는 곳이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영동은 과일의 천국이다. 특히 당도가 높은 영동포도는 워낙 유명해 두말하면 잔소리. 그 밖에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놓을 정도로 지천에 널린 감과 호두도 영동의 명물이다. 또한 조선시대 악성(樂聖) 박연이 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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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의 위기에 놓인 황간역을 문화 명소로 탈바꿈시킨 황간역 강병규 명예역장(전 황간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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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사안에 있는 황간역 갤러리는 황간역 112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포도향기 가득한 문화명소 ‘황간역’

‘올갱이국’으로 유명한 경부고속도로 황간IC를 빠져나오면 황간면 중심지에 112년 역사를 간직한 ‘황간역’이 자리하고 있다. 여타 시골 간이역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영동을 대표하는 문화명소다. 역사 곳곳을 포도밭으로 꾸미고 시와 그림을 그려 넣은 장독대와 각종 소품으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해 놓았다.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마치 학창시절 학예회에 온 듯 아련한 추억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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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노랑 자전거

역사 왼편엔 수십 대의 노랑 자전거가 시선을 끈다. 열차를 타고 황간역에 내리는 관광객에게 무료료 빌려주는 자전거로 월류봉과 반야사 등 주변 명승지를 자전거를 타고 쉽게 둘러볼 수 있다.(난 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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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 모양의 포도 넝쿨로 장식된 승강장 입구가 이채롭다.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아치형으로 꾸민 탐스러운 포도넝쿨이 눈길을 끈다. 승강장 주변에는 포도나무와 시가 쓰인 장독대 등으로 꾸며진 포토존이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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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2층에 마련된 ‘황간마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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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규 명예역장이 손수 그린 황간 마실 여행 안내지도.

역사 2층에는 황간역이 한눈에 내려대 보이는 너른 옥상과 무인으로 운영되는 황간마실카페가 있어 여행객들에게 쉼표를 선사한다. 카페 안쪽에는 조그마한 사무실이 꾸며져 있다. 다름 아닌 이곳은 황간역 지킴이를 자처한 강병규 명예역장의 공간이다. 이용객 급감으로 폐역 위기에 놓인 황간역을 추억과 낭만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관광명소로 만든 주역이다.

시가 적인 기왓장, 그림이 그려진 항아리, 황간마실카페에 그려진 황간역 주변 관광지도까지 모두가 그의 손에서 피어난 작품이다. 오늘도 그의 분주한 손길 덕에 황간역은 더욱 새롭게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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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도 쉬었다 간다는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월류봉’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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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유봉에서 앞으로 쭉 뻗어나온 작은 절벽위에는 그림같은 정자 ‘월류정’이 자리하고 있다.

◇달님도 쉬어가는 절경 ‘월류봉’

황간역에서 지척인 월류봉은 황간면 원촌리에 있는 약 401m 높이의 봉우리로 한천팔경(寒泉八景)의 제1경이다. 깎아지른 절벽산 월류봉 아래로 맑은 초강천(草江川)이 휘감아 돌아 금강으로 이어진다. 한천팔경은 월류봉 주변의 8개의 경승지를 이르는 말로 이곳에 우암 송시열(1607~1689)이 머물렀던 한천정사가 있어 한천팔경이라 불리게 되었다.

월류봉(月留峰)은 ‘달이 머무는 봉우리’란 뜻으로 달님도 쉬어갈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실제 음력 15일 밤이 되면 월류봉 능선을 따라 머물다 흐르듯이 사라지는 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침 추석이 지척이니 잘 됐다.

월류봉에서 앞으로 내달리듯 뻗은 절벽엔 화폭에 담긴 듯한 ‘월류정’이 자태를 뽐내고 오른쪽엔 백사장이 아늑하게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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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를 건너면 월류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만날 수 있다.

월류봉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초강천을 따라 걸으면 한천정사를 지나 강가 입구에 닿는다. 강가 입구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바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징검다리를 건너기 위해선 신발을 벗는 게 좋다. 강 안쪽의 징검다리는 대부분 물에 잠겨있기 때문이다. 물이 불어 도강이 힘들 때는 인근 에넥스 황간공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쪽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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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안개가 점차 걷히고 월류봉 아래 한반도 지형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월류봉은 그다지 높지않아 월류1봉까지는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수많은 계단과 급경사로 이어지는 등반로는 주의가 필요하다. 마침내 월류봉 정상. 하지만 아쉽게도 짙은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안갯속이다. 한시간을 기다리자 서서히 안개가 물러가고 파란 하늘 아래 한반도를 꼭 빼닮은 지형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과 정선 병방치 스카이워크에서 볼 수 있는 한반도 지형보다 훨씬 더 닮아있다.

정상에는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다. 한반도 지형을 휘감은 초강천은 용틀임하고 지형은 넓은 만주 벌판과 닿아있는 듯 보여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1봉에서 능선을 따라 200여m를 이동하면 2봉이다. 2봉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 어느새 5봉을 거쳐 하산길로 접어든다.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 주차장에 도착하면 3시간 만에 월류봉 완전정복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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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강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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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강선대

◇양산팔경의 으뜸 강선대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강선대는 풍요롭게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고 우뚝 솟은 바위 위에 멋스럽게 자리한 육각 정자다. 이곳에 서면 햇살을 받은 금강이 눈부시게 빛나고 노송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주변 풍광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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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정자 강선대

강선대란 이름은 하늘의 선녀 모녀가 강물에 비친 낙락장송과 석대의 풍경에 반해 이곳에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강선대에서 먼발치로 내려다보이는 강 한가운데 큰 바위가 있는데 목욕하던 선녀 모녀를 훔쳐보던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돌로 굳어버렸다해서 용암이다. 산속 계곡도 아닌 금강에서 용감무쌍하게 목욕을 감행한 선녀모녀 때문에 애꿎은 용만 가혹한 벌을 받은 셈이다. 공연음란죄를 범한 선녀모녀를 원망하며 억울한 용을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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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광객이 강선대 앞 바위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고 있다.

몹시도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은 한때 역사 속 격전지였다. 과거 삼국시대때는 강선대가 있는 이곳이 신라땅, 강 건너 송림이 우거진 송호유원지는 백제 땅으로 과거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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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관광지에 펼쳐진 소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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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던 선녀모녀를 훔쳐보던 용이 하늘로 승천하지 못하고 돌이 됐다는 ‘용암’이다. 그사이 용이 승천을 했는지 돌의 모양새가 용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호젓한 가을의 산책 명소 ‘송호관광지’

금강을 건너자 옛 백제 땅이다. 송호관광지엔 100년 묵은 송림이 끝없이 펼쳐진다. 아름드리 소나무는 조선 때 연안부사를 지낸 만취당 박응종이 낙향해 손수 뿌린 소나무 종자가 자란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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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정

솔숲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한 정자는 여의정이다. 집채만 한 바위 위에 팔작지붕의 아담한 정자가 그림같이 올려져 있다. 박응종이 정자를 짓고 자신의 호인 만취당으로 한 것을 1935년 후손들이 ‘괘씸하게도’ 다시 짓고 여의정이라 고쳐 불렀다. 28만4000㎡ 드넓은 송호관광지는 캐러밴을 비롯해 소나무 숲 캠핑장, 산책로, 놀이터, 여름에는 물놀이장까지 갖춘 캠핑과 피크닉의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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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면 송호관광지는 단풍으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강가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국내 대표 사진명소다. 단풍이 짙게 물드는 늦가을이 되면 강가를 따라 펼쳐지는 단풍 향연이 최고 인생사진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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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리에 위치한 옥계폭포는 박연이 이곳에서 피리를 자주 불었다하여 ‘박연폭포’라고도 불린다. 폭포 앞에 있는 바위가 바로 양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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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폭포 전경

◇신비로운 음양의 조화 ‘옥계폭포’

악성(樂聖) 박연(1378~1458)이 이곳에서 피리를 불었다 해서 ‘박연폭포’라고도 불린다. 영동 월이산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했으며 높이 30여m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마치 난계의 혼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일반 폭포와 달리 폭포의 입구는 좁고 안쪽이 다시 넓어지는 구조로 마치 폭포수를 바위가 감싸는 듯 하다. 여근을 닮았다 해 ‘옥문폭포’로도 불린다. 폭포 바로 앞에는 커다란 바위가 놓여있다. 바로 양바위다. 전설에 의하면 한 스님이 절터를 구하러 다니다 옥계폭포 앞 남근 모양 바위를 발견하고 눈에 거슬려 없애버렸는데, 이후 갑작스레 스님이 죽고 마을 남자들도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다 죽어나가는 등 흉흉한 일이 계속됐다. 마을사람들이 남근석과 비슷한 돌을 구해다 놓자 마을엔 평화가 찾아왔다. 사실 양바위 모양은 남근석하고는 거리가 멀다. 굳이 우기자면 고환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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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와인공장 ‘와인코리아’ 전경 제공 | 지엔씨21

◇과일의 천국 영동에서 펼치는 ‘제8회 대한민국 와인축제’

제8회 대한민국 와인축제가 이달 21~24일까지 충북 영동군 영동천 일원에서 열린다. 와이너리 농가 28곳이 참여하는 이번 축제는 영동와인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는 시음 행사를 비롯해 와인 족욕 체험, 와인병 공예 전시, 트릭아트 포토존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한다. 특히 와인잔(3000원)을 사면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로제와인 등 다양한 매력의 명품 와인을 실컷 맛볼 수 있다.

와인병 공예와 오크통, 영동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도 설치된다. 이번 축제에는 ‘마주앙 영동’도 선보인다. 마주앙 영동은 영동의 와이너리들이 생산한 와인 원액을 이용, 롯데칠성음료가 제조한 와인이다. 스페셜 행사로 ‘제4회 한국 와인 대상’을 개최해 레드와인, 화이트라인, 로제와인, 브랜디, 기타 과실주 등 모두 5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 10명이 대한민국 최고 와인을 가린다.

충북 영동은 국내 최대 와인공장인 와인코리아에서 샤토마니를 생산하고, 포도농업인이 직접 제조하는 농가형 와이너리 40여 농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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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국악체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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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국악체험촌에서는 각종 국악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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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난계국악축제 제공 | 지엔씨21
◇얼쑤~ 신명나는 국악 한마당, 영동난계국악축제

와인축제 기간, 영동난계국악축제도 벌인다. 국내 유일 국악 축제로 난계 선생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고 전통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매년 열린다. 영동 심천면은 난계 박연의 고향이다.

난계국악단의 흥겨운 국악 공연과 다양한 퓨전 국악 연주, 조선 시대 어가 행렬, 종묘제례악 시연 등을 볼 수 있다. 난계국악기 제작촌에서는 미니어처 국악기 제작, 연주, 민속놀이를 체험 할 수 있다. 비파, 나발, 편경 등 60여 점의 국악기를 전시하고 있는 난계국악박물관과 사물놀이, 거문고, 난타 등 국악기 체험실을 갖추고 있는 국악체험촌은 필수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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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북 ‘천고’가 자리한 천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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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길이가 자그마치 6m에 이르는 거대한 천고는 기네스북에 등재 된 세계 최대 북이다.

특히 하늘에 소원을 전달하는 북, 천고(天鼓)도 두드려볼 수 있다. 북길이 6m, 무게 7톤의 세계에서 가장 큰 북이다. 천고 제작에 사용된 재료는 소나무 원목으로 2만4000재, 15톤 트럭 4대 분량에 이르며 소 40여마리 가죽을 사용했다.

여행정보●먹거리=

영동은 풍요로운 금강 덕에 ‘올뱅이’(다슬기의 충북 방언)를 비롯해 피라미와 쏘가리 등 민물고기가 넘처난다. 그래서 그런지 영동엔 올갱이국밥, 어죽, 도리뱅뱅이를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특히 황간역 바로 인근에 있는 안성식당은 6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롯이 지켜온 다슬기 전문식당이다. 구수한 된장을 풀어놓고 다슬기와 부추 마지막으로 이 집만의 필살기 수제비를 넣고 끓여 낸 올뱅이국밥은 별미중에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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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든 우렁쌈밥

옥계폭포 입구에 폭포가든의 우렁이 쌈밥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정갈한 밑반찬은 물론 국내산 우렁이로 만든 쫄깃한 식감의 우렁이 쌈장과 신선한 쌈 채소와 함께 먹는 우렁이 쌈밥도 별미다.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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