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슈틸리케 후임 감독 인선을 위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가운데)이 지난 7월4일 오후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한 제 6차 기술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파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올 여름 내게 생긴 변화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위촉됐다는 것이다. 지난 6월26일 김호곤 부회장이 기술위원장으로 선임된 뒤 전화를 주셔서 “기술위원으로 일해달라”고 하셨다.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이 최종예선 도중 사임하면서 한국 축구의 위기감이 감돌던 때였다. 김 위원장은 “골키퍼란 특수한 포지션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지 않았나. 또 요즘 K리그 현장을 다니면서 해설위원도 하고 있으니 흐름도 알 것이고, 시각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좋은 생각들을 많이 전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하셨다. “기술위원 중에 골키퍼 출신이 포함돼 좋은 방향 잡아줬으면 한다”는 후배 골키퍼들의 말도 생각 났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던 지난 7월 첫 기술위는 예전에 내가 듣던 것보다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가운데서 이뤄졌다. 축구 선·후배들을 통해 들어보면 기존 기술위는 위원장이나 협회 내 고위 인사들이 적당한 사람을 고른 뒤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 조건까지 다 주고받은 상태에서 기술위의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7월엔 달랐다. 나를 비롯해 황선홍, 서정원, 박경훈, 하석주, 최영준, 조긍연, 조영증 등 현역 감독들과 K리그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다들 고유의 생각을 전달했고, 종합해서 고민했다. 이런 토론들은 ‘뽑아놓고 그만’이란 식의 책임감 결여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대표팀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향후 문제가 생길 때 적극 개입, 잘못된 것을 수정하는 방법론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위가 오는 26일 다시 열린다고 한다. 내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3세 이하(U-23) 대표팀 선임 안건이 있는 것 같다. 단번에 누군가로 결정되기는 힘들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활발한 토론이 기대된다.

아쉬운 점도 많다. 책임과 의무는 많지만 권한과 보상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술위원이라면 유소년부터 대표팀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생각으로 한국 축구를 크게 봐야한다. 한국 축구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경기장, 어느 장소도 자유롭게 출입이 됐으면 하는데 그런 것들이 아직 없다. 이름이 알려진 난 좀 낫다고 해도, 선수 시절 유명세는 적지만 연구와 이론에 강한 축구인이 기술위원으로 열심히 현장을 누비기 위해선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것 아닌가란 아쉬움이 든다.

덧붙여 좀 더 자주 모였으면 한다. 기술위원 위촉을 받았지만 평소엔 이 감투 쓰고 하는 일이 없다. 26일 회의도 신 감독 선임 이후 처음 모이는 것이다. 결국 기술위원이 월급 혹은 합당한 보상을 받고 전문적으로 일하는 게 맞다고 본다. 기술위원에게 각급대표팀 감독 선임 등 중요한 일을 주면서 어떤 보상이나 권한이 없어 안타깝다. 내 도장이 필요해서 기술위원 자리를 주는 것이라면, 우리 생각이나 국민 생각이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개인적으론 나보다 더 후배들인 박지성, 이영표 등 스타급 선수들도 기술위에서 일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위가 합리적 대우를 받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곳으로 변하길 원한다.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줄 때, 축구인들이 기술위원직을 귀하게 여겨 사명감을 갖고 일할 것 같다. 봉사만 얘기하기엔 시대가 변했다.

개인적으론 유소년 축구에 관심이 많다. 특히 초등학교 취학 전·후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좋은 축구 선수는 100% 좋은 유소년 시스템에서 탄생한다. 10년째 유소년 축구 관련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유심히 지켜보면 축구하는 아이 10명 중 운동 신경이나 축구 재능이 탁월한 아이가 한 명은 꼭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같은 시간,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수업해도 습득 빠른 아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축구의 즐거움과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초등학교 3~4학년까지 잘 지원해서 좋은 초등학교나 클럽으로 연결해주면 한국 축구의 십년대계, 백년대계가 세워지는 것 아닌가. 기술위원으로서 이 일에 내 열정을 쏟아붓고 싶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전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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