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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지난 2012년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1에 심사위원으로 출전해 로꼬와 함께 최종 우승을 차지했던 래퍼 더블케이(35)는 최근 종영한 ‘쇼미6’에 5년만에 나서 심사위원이 아닌 참가자로, 후배들과 당당히 경쟁을 벌였다. 그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큰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본선 무대를 앞두고 음원 미션에서 가사 실수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쇼미 시리즈는 ‘1세대 래퍼’들의 무덤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1세대 래퍼들은 ‘랩이 올드하다’는 혹평을 듣고 십수년간 쌓아온 이미지가 한번에 망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데뷔 16년차인 더블케이는 쇼미6에서 자신이 여전히 자신 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래퍼임을 입증했고, 요즘 후배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지난 13일 쇼미6 출연 이후 심경과 각오 등을 담은 새 디지털 싱글 ‘가고 있어’를 발표하며 래퍼로서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 더블케이에게 자신과 동시대인 1세대 래퍼 중 여전히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 중인 래퍼를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더블케이는 주저없이 세 명의 이름을 댔다. 다이나믹듀오의 개코, 자신과 지난 2011년 협업 앨범 ‘플로우 2 플로우’를 내기도 했던 절친한 동생 도끼 그리고 에픽하이의 타블로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일부 1세대 래퍼들은 이따금 ‘랩이 올드하다’는 혹평이 따라붙는다. 힙합 랩 분야는 유독 ‘예전’과 ‘요즘’ 스타일을 잘 구분 짓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구분 방식을 선호하진 않는다. 아마 청취자의 취향이 반영되는 부분일 텐데 기준점은 개인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들어도 ‘이건 정말 올드하다’고 느껴지는 랩이 간혹 있긴 하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래도 올드한 창법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블케이는 힙합 팬들에게 랩이 올드하다는 말을 듣지 않는, 흔치 않은 1세대 래퍼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다. 내가 누구와 랩이 비슷하다는 말을 듣지 않는 건 나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자기 만의 색깔이 있으면 ‘올드하다’. ‘신선하다’는 평가를 초월할 수 있다. 누가 내게 올드하다고 말한다고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늘 새롭기 위해 노력은 한다. 좀 더 새롭게 보이고 싶고, 항상 발전하고 싶다.

-더블케이가 보기에 동세대 래퍼 중 여전히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들을 꼽아본다면.

개코, 도끼, 타블로를 꼽고 싶다. 개코가 대단하다는 걸 이번에 쇼미6를 함께 하며 다시 한번 느꼈다. 개코가 참가자들을 위해 프로듀싱한 음악들을 들으며 감탄했다. 요즘 스타일의 노래를 단순하게 흉내내거나, 젊어 보이려고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완전히 체화시킨 뒤 개코 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더라.

도끼는 한마디로 랩기계다. 2011년 둘이 함께 앨범(플로우 2 플로우)을 내기도 했는데 그때보다 더 늘었다. 계속 실력이 느는 거 같다. 랩을 너무 잘한다. 밥먹고 랩만 하나? 실력이 느는 노하우는 안가르쳐 주더라.(웃음)

타블로는 가사를 시적으로 잘 쓴다. 문학 같다. 음악도 정말 잘한다. 에픽하이의 새 앨범이 기대된다.

-더블케이가 애착을 갖는 자신의 노래 베스트3를 꼽자면.

최근 노래들을 꼽겠다. 1위는 신곡 ‘가고 있어’(지난 13일 발표)다.(웃음) 쇼미6에 출연하며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꼈다. 나도 같은 세대를 응원해주고 싶었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세상, 현실이 어떻든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만 신경쓰면서 하던대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남들이 뭐라해도 난 천천히 나의 길을 가고 있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현재 더블케이를 잘 표현한 곡이다.

쇼미6 이후 처음 발표하는 곡이니 랩적으로 화려한 스킬을 보여주거나 강한 임팩트를 보여야 하나 갈등했다. 그러다 세게 보이려 하기 보단 모든 걸 내려놓고 만들었다. 인기 작곡팀 블랙아이드필승의 라도가 보컬로 참여했다.

2위는 ‘댓 보이’(지난 4월 ‘그린웨이브’ 앨범 수록곡)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내 안에 늘 소년이 있다는 내용이다. 개인적인 내용을 담은, 가사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곡이다. 힙합에 대한 열정을 담았다. 최근 각광받는 래퍼 ‘저스디스’와 함께 했다.

3위는 ‘서프’(지난 4월 ‘그린웨이브’ 앨범 수록곡)다. 더블케이 하면 떠오르는 타이트한 랩의 표본 같은 곡이다. 그러면서 요즘 느낌도 난다. 식케이, 박재범과 함께 함 트랜디한 곡에 내 색깔이 잘 묻어나온다.

-힙합은 콜라보레이션, 피쳐링 등 래퍼간 협업이 활발한 장르인데 최근 몇년간 더블케이의 이름을 힙합 앨범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다른 뮤지션들의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 함께 해야 나도 발전한다고 생각하고, 같이 뭔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런 기회를 최근 자주 갖지 못했다. 일부러 사람을 피하거나 내가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인 것도 아니다.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나 혼자 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긴 하다.

요즘은 생각이 바뀌어 피쳐링이나 콜라보를 많이 하고 싶다. 외부 피쳐링을 준비 중인 곡도 많다.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고,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어떤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전설’이 되고 싶다. 나중에 내 커리어가 다 끝나고 사람들이 나의 무덤을 찾을 때 “멋있게 한 전설의 래퍼였지”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음악도 멋있었지만 사람 자체도 멋있고, 멋있게 살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monami153@sportsseoul.com

<더블케이의 신곡 ‘가고 있어’에서 협업한 더블케이(왼쪽)와 보컬 참여한 히트 작곡가 라도. 사진 | 그린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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