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박지윤, 소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성우 ‘안나’ 박지윤(왼쪽), ‘엘사’ 소연.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해외에서 인기는 물론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최초로 800만 관객 돌파를 앞둬 역대 외화 흥행 3위에 올랐다. OST ‘렛 잇 고’(Let It Go) 열풍도 거세다.

실사에 가까운 정교하고 화려한 영상미, 귓전을 떠나지 않는 중독성 강한 OST뿐만 아니라 한국어 더빙판에서 주인공 안나와 엘사 자매를 실감나게 목소리 연기한 성우 박지윤(36), 소연(41) 등은 국내 흥행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두 사람은 ‘겨울왕국’뿐만 아니라 지난 6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레고무비’와 13일 개봉하는 ‘슈퍼노바 지구탈출기’에도 동반 목소리 출연했다. KBS 공채 성우 출신인 이들을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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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안나로 열연한 성우 박지윤.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겨울왕국’ 흥행,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마법의 힘을 가진 엘사 역의 소연은 ‘주먹왕 랄프’의 여주인공 바넬로피, ‘쿵푸팬더 1,2’의 타이그리스, EBS ‘로보카 폴리’의 진 등을 맡았다. 그는 “녹음 때 엘사가 변신하며 얼음을 만드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눈을 뗄 수 없어 잘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쇼케이스도 하기에 관객이 많이 들겠다는 예상은 했지만…”이라며 놀라워했다.

‘라푼젤’로 유명한 박지윤도 “그동안 내 성격과는 다른 ‘라푼젤’ 같은 공주 역할을 많이 해 실제 나와 비슷한 털털한 안나 같은 캐릭터를 너무 하고 싶었다. 오디션 때 안나가 코고는 영상을 받아 더욱 잘해보고 싶었다. 엘사는 너무 이쁘고 진짜 사람처럼 만들어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을까’ 싶었고 안나는 그렇게 예쁘진 않지만 성격이 재미있고 유머 코드가 많아 시사하면서 ‘대박일 것 같다’고 남편한테 말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안나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전공(성신여대 성악과)을 살려 노래까지 직접 불러 화제가 됐다. “연기 오디션과 노래 오디션을 따로 받았다. 대사 녹음할 때 5시간, 노래는 두차례에 걸쳐 6시간 동안 부르며 따로 녹음했다. 원래 4시간을 잡았는데 다음날 가사 수정으로 2시간을 또 노래했다. 첫날 목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도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슨 힘이 났는지 그냥 했다.”

박지윤은 ‘겨울왕국’ 시사회에 참석한 가수 윤복희로부터 뮤지컬 배우들도 있는 자리에서 “제일 노래를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에 대해 “어릴 때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는데 한이 풀렸다. 무대 울렁증이 있어 무대에만 서면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마이크 앞에선 전혀 떨리지 않아 성우가 천직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면서 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소연은 성우가 되기 전 뮤지컬 배우로 3년간 활동하면서 뮤지컬 ‘명성황후’의 코러스로 미국 LA 등 해외 공연에도 참여했다. 그는 “‘아이스 에이지4’ 등 몇몇 작품에서 노래하기도 했는데 엘사의 노래 오디션을 보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지만 집에서 ‘렛 잇 고’를 연습해보니 음역대가 높아서 잘 안 올라가 오디션을 아예 안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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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왕국’ 포스터. 제공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톱스타 목소리 출연? 흥행작은 성우가
‘겨울왕국’은 전체 관객의 40% 정도가 더빙 버전을 관람해 두 사람은 자부심을 보였다.

소연은 “보통 더빙판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 방학에 개봉할 때 부모님이 애들을 데리고 같이 가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겨울왕국’은 어른들이 원어판과 더빙판을 함께 보더라”고 뿌듯해했다. 박지윤도 “‘겨울왕국’의 흥행으로 성우라는 직업이 관심을 받고 인터뷰 요청도 들어와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는 톱 배우, 아이돌 그룹, 개그맨 등이 목소리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성우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소연은 “작품 자체에 자신이 없을 때 유명 연예인을 많이 캐스팅하는 것 같다. 작품에 자신 있으면 전문 성우가 녹음을 많이 한다. 지금까지 흥행에 성공한 ‘토이스토리’, ‘슈렉’, ‘쿵푸팬더’, ‘겨울왕국’까지 전문 성우들이 출연했다”면서 “작품 홍보를 위해 잘 맞지 않는데도 유명 연예인을 쓰면 막상 가서 보고 괴리감이 느껴진다. 나 역시 예전에 타이틀롤인 공주 역으로 외국작품에 캐스팅됐다가 나중에 유명 배우로 바뀐 적이 있다. 그 작품이 ‘겨울왕국’처럼 잘됐으면 정말 가슴아팠을텐데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SS포토] 박지윤, 소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성우 ‘안나’ 박지윤(왼쪽)과 ‘엘사’ 소연.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캐릭터와 운명 같이 하는 성우가 됐으면
성우들은 흥행작의 캐릭터가 별명처럼 따라다닌다. 소연은 엘사, 박지윤은 안나로 불린다.

소연은 “‘겨울왕국’ 더빙 이후 출연료가 예전보다 올랐다거나 배우들처럼 러닝개런티를 받진 않았지만 많은 분이 ‘겨울왕국’을 잘 봤다고 사랑해주시고 SNS에 친구 맺어달라고 해 그런 데서 기쁨을 찾는다”고 말했다. 소연 역시 “성우들은 대부분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목소리는 나이가 들어도 잘 늙지 않아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소연은 본명이 안소연인데 같은 이름의 성우가 여럿이다. 이 때문에 가끔 출연료 입금이 잘못되거나 캐스팅 제의가 엇갈리기도 해 소연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역 전문배우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박용식의 딸인 박지윤도 “지난해 아빠와 채널A ‘웰컴 투 시월드’에 마지막으로 함께 출연했는데 방송인 박지윤씨와 착각해서 출연료 입금이 잘못됐다”며 웃었다. 박지윤은 남편이 광고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주로 하는 KBS공채 성우 정형석으로, 부부 성우로도 유명하다.

[SS포토] 소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엘사로 목소리 출연한 성우 소연.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가장 애착가는 캐릭터에 대해 소연은 “‘스타크래프트’의 캐리건이 카리스마 있고 멋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대사 분량이 많아 두달 가까이 2시간씩 녹음했다. ‘주먹왕 랄프’, ‘원피스’의 캐릭터도 굉장히 애착이 가지만 지금은 엘사”라며 “앞으로도 엘사처럼 대표작 캐릭터가 쌓여서 내가 처음 캐릭터에 생명을 넣어 나이 들어 은퇴할 때 그 캐릭터도 더이상 시리즈를 만들지 않고 나와 함께 은퇴식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박지윤은 안나를 꼽으며 “예전부터 주인공을 하고 싶다기보다 재미있고 내가 잘 살릴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안나는 그런 면에서 욕심이 났다.지난해 4월 둘째를 출산했는데 100일 무렵 아빠가 돌아가셨고 몸도 너무 안 좋아서 무기력해진 상태에서 ‘겨울왕국’ 오디션 연락을 받고 출연하게 됐다.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줘 내 인생에 선물같은 작품이다”라고 했다. 이어 “노래 등 다방면에 끼와 재능있는 성우들이 많다. ‘겨울왕국’을 통해 성우들이 더욱 넓은 영역으로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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