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故 최동원 모친 김정자 여사, \'안경도 고쳐쓰고...\'
故 최동원의 모친 김정자 여사가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롯데와 KIA의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직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사직=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하늘을 나는 기분입니다.”

큰 아들을 가슴에 묻은 김정자(83) 여사는 “아들이 그렇게 오고 싶어했던 부산에, 그것도 청춘을 바친 사직구장에서 롯데 선수들이 (최)동원이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고 감격스럽다. 이런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믿어지지 않았는데 와서 보니 너무 좋다”며 웃었다. 불세출의 투수이자 롯데 유일의 영구결번 투수인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6주기 추모식이 열린 14일 사직구장에서 김 여사는 눈물 대신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난 2011년 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한 최 전 감독은 그해 9월 30일 롯데의 첫 번째 영구결번 선수로 꿈에 그리던 사직구장으로 돌아왔다. 2013년 사직구장 광장에는 그의 동상이 건립됐고 한 해 최고 투수를 뽑아 시상하는 ‘최동원 상’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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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동원 전 감독 모친 김정자 여사(가운데)가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헌화를 하기 위해 동상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직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오후 3시에 롯데 주장 이대호의 손을 꼭 잡고 큰아들 동상 앞에 선 김 여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헌화를 한 뒤 묵념을 했다. 그는 “김창락 사장과 이윤원 단장, 조원우 감독, 이대호 선수가 (최)동원이 기일이라고 함께 헌화도 하고 묵념 해줘서 고맙다. 롯데 선수들이 아들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형언할 수 없이 기쁘다. 묵념하면서 ‘내가 네 덕분에 이런 영광을 누린다. 동원아 고맙다’하고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 선수단은 최 전 감독의 배번 11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입은 유니폼은 선수들이 친필 사인을 해 경매에 부친 뒤 수익금을 유소년 야구단 발전 기금으로 기탁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3월 38일 홈 개막전에서 이어 두 번째로 시구를 한 김 여사는 “치과 진료 중이라 사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롯데 구단이 ‘마침 최 감독님 기일이고 홈 경기가 있으니 한 번만 더 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원이가 먼 곳으로 떠난 뒤에도 혼자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팬과 야구인들이 여전히 동원이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롯데와 팬께 인사를 드리자는 마음으로 시구를 했다”고 말했다.

[SS포토]\'故 최동원, 잊지 않겠습니다!\'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롯데와 KIA의 경기에 앞서 故 최동원 6주기 추모행사의 일환으로 롯데 선수단이 최동원의 유니폼을 입고 전광판의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직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마운드에 서서 고인의 투구 습관을 그대로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로진백을 한 번 만진 뒤 바닥에 내려놓고 스파이크와 스타킹을 한 번씩 매만진 뒤 안경과 모자를 차례로 고쳐쓰는 퍼포먼스에 두 팔을 머리 위로 크게 넘기는 특유의 와일드한 투구폼을 그대로 따라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볼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에 꽂히자 환하게 웃으며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김 여사는 “요즘은 롯데가 너무 잘해서 정말 행복하다. 가을야구에서도 다치지 말고 더 많은 팬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경기했으면 좋겠다. 롯데 선수들은 모두 내 아들이라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캡틴’ 이대호도 “최동원 선배님께서 투구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상으로 한국시리즈 4승을 거두는 모습을 수 없이 돌려봤다. 정말 힘드셨을텐데 내색없이 팀을 위해 헌신하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우리도 선배님의 그 뜻을 잊지 않고 시즌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에서도 희생과 의지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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