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크리스털 팰리스 공격수 이청용. 출처 | 크리스털 팰리스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이청용(29·크리스털 팰리스)이 자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0번째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수로 팀의 패배를 자초했다. 그의 실수 원인을 찾자면 톰 밀러의 살인 태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청용은 10일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17~2018시즌 EPL’ 4라운드 번리와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후반 20분까지 65분을 소화했다. 지난해 12월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 이후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이청용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발로 걷어찼다. 전반 3분 중앙선 부근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청용은 줄 곳을 찾다 골키퍼를 향해 백패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청용의 패스를 상대 공격수 크리스 우드가 잡아 크리스털 팰리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청용의 패스가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어렵게 찾은 기회에서 이청용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지울 수 없는 기억을 세기고 말았다. 특히 이날 경기는 이청용이 박지성 기성용에 이어 한국인 세 번째로 EPL 100번째 출장한 기록을 세운 날이었다. 득점으로 기념적인 날을 자축해도 모자를 판에 치명적인 실수로 악몽을 꾼 것이었다.

지울 수 없는 악몽은 아마도 이청용이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던 지난 2011년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경기력은 당시 부상을 전후로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청용은 지난 2011년 7월 볼턴 원더러스에서 뛰던 당시 뉴포트카운티(5부리그)와 프레시즌 경기 중 상대 톰 밀러의 깊은 태클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정강이를 향한 깊은 태클로 인해 그는 정강이뼈가 복합 골절되는 중상을 당했다. 당시 이청용은 7개월간 긴 재활 끝에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한 트라우마는 지울 수 없었다. 부상 전 과감한 돌파와 드리블로 위협적이었던 이청용은 회복 후 예전 기량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이청용이 부상을 당하면서 당시 소속팀 볼턴은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볼턴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끈 이청용이 부상으로 뛸 수 없자 팀은 강등됐다. 이를 두고 당시 ‘톰 밀러 효과’라고 불렸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와 비교되며 한국 축구와 해외 축구 전체에 영향 끼쳤다고 평가됐다.

톰 밀러로 인해 부상 당하기 전까지 이청용은 볼턴에서 활약하며 첼시, 아스널, 리버풀 등 강팀을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치명적인 부상 이후 이청용은 예전 기량을 완벽하게 찾지 못했다. 지난 2015년 2월 크리스털 팰리스로 팀을 옮긴 후에도 이청용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긴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톰 밀러로 인해 이청용의 축구인생이 꼬였다고 할 수 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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