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대령 인턴기자] 1990년대 배우 채시라라는 존재를 형용하기에는 과거의 스타라는 말 정도로는 부족하다. 90년대 연예계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자 우상이었다.


채시라는 학생 잡지의 구독 선물을 받기 위해 잡지사를 방문했다가 잡지사의 표지 모델로 발탁됐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1984년 '미스롯데' 대회에 입상하면서 광고 모델로 전격 데뷔했다.


그에게 긴 무명 시절은 없었다. 데뷔작이었던 롯데제과 가나초콜릿 CF부터 그야말로 '대박'을 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남자 성우의 내레이션과 함께 채시라의 청순한 모습이 담긴 이 광고는 당시 남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CF는 채시라의 끼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작은 그릇이었다. 연기자로서도 성공적인 길을 걸었다.


'고교생 일기', '샴푸의 요정' 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채시라는 1991년 한국 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작품에 출연하게 된다. MBC 시대극 '여명의 눈동자'였다. 그는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 윤여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률 58.4%. 역대 드라마 시청률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겼다. MBC는 이 시기 '사랑이 뭐길래'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드라마 왕국'으로 중흥기를 맞았다.


이후 '아들과 딸', '서울의 달', '아들의 여자', '아파트' 등이 연이어 성공하며 미모에 실력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서울의 달', 1995년 '아들의 여자'로 2년 연속 MBC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채시라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김희애, 최진실, 김남주 등 비슷한 시기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들이 모두 개인적인 사정으로 짧지 않은 공백기를 가졌던 것과 달리 꾸준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는 점이다.


아무 사건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가수 신성우와 결혼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파혼 소식을 알려 대중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연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이듬해 '야망의 전설'과 사극 '왕과 비'로 채시라라는 이름 석 자의 무게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왕과 비'로 1999년 KBS연기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1999년 가수 김태욱과 결혼한 채시라는 KBS2 드라마 '해신'의 대성공과 함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사극으로 주 무대를 옮겨 중견 배우로서 연기 인생 제2막을 열기 시작했다. 2011년 작 '인수대비'는 종편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코리아나 화장품 광고모델로 활약한 채시라.사진|한국광고정보센터 

 

타고난 미모와 연기력, 철저한 자기관리로 '광고의 꽃’으로 손꼽히는 화장품 업계에서 국내 최장수 모델로 활약하기도 했다. 1991년 코리아나 화장품의 모델로 발탁된 채시라는 2006년까지 무려 15년간 코리아나의 간판 모델로 활약했다. 당대 최고의 미인으로, 당시 ‘코, 코~리아나’라는 CM송과 함께 채시라가 손가락으로 코를 찌르는 장면은 코리아나 화장품 하면 채시라가 자동으로 떠오를 만큼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였다.


 

 

 

              장안의 화제였던 가나초콜릿 광고


발랄하고 청초한 매력의 채시라.


소녀에서 숙녀로.


채시라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리고 있는 남편 김태욱


과거의 스타를 조명할 때면 해당 인물이 재기한 이야기, 혹은 과거 전성기를 방불케할 재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오랜 연예계 생활을 거치며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사생활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뷔 이래 지금까지 물의 한 번 없이 성실하고 꾸준한 활동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채시라를 설명할 때 '재기'라는 단어는 꺼낼 필요가 없다.


최근 두 남매의 엄마로서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채시라는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지난 3일 SBS '미운 우리 새끼'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키 172cm인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비롯해 인간적이고 솔직한 입담 등 색다른 매력을 발산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로서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길 바라는 것이 대중의 마음이다. 그가 다음엔 어떤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롯데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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