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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출처 | 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올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승우(19)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이승우가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 베로나 유니폼을 입는다. 이적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30일 “베로나와 이승우, 바르셀로나 등 3자간 합의가 모두 끝났다”며 “이승우는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 방식으로 베로나에 둥지를 틀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탈리아의 ‘디 마르지오’도 이승우를 놓고 베로나와 크로아티아의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가 경쟁 중임을 보도하며 그의 이탈리아 입성 가능성을 점쳤다. 이적료는 150만 유로, 약 20억원으로 미래가 촉망되는 이승우의 가치를 제대로 쳐준 셈이다. 지난 2011년 인천 광성중 재학 중 세계 최고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갖춘 바르셀로나로 간 이승우는 이로써 6년간의 스페인 생활을 마무리 짓고 이탈리아에서 성인 무대 도전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그는 30일 이탈리아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이상이 없을 경우 입단을 마무리한다. 계약기간은 4년이다.

이승우는 지난 5월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신성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기니와의 조별리그 1차전 선제 결승골,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 환상적인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U-20 대표팀의 초반 2연승을 이끌었다. 그런 그에게 유럽의 많은 팀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은 당연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 전역에서 구애의 손길이 이어졌는데 마지막까지 경쟁한 팀이 베로나와 디나모 자그레브 등이었다. 이승우와 바르셀로나 구단은 심사숙고한 뒤 베로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베로나는 조건을 수 차례 업그레이드하면서 이승우와 바르셀로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올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뛰어드는 디나모 자그레브도 정성을 쏟았으나 이승우는 ‘디 마르지오’ 보도와 달리 처음부터 디나모 자그레브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왕이면 5대 ‘빅리그’에서 기회를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적극적이었던 베로나의 제안에 계속 관심을 기울였다. 이 밖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등 비유럽 구단들도 거액의 이적료를 들고 유혹했으나 이승우는 처음부터 이를 배제했다.

이승우가 베로나행을 선택하면서 지난 2000~2002년 페루지아에서 활약했던 안정환 이후 세리에A에서 뛰는 한국 축구 두 번째 선수가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득세하면서 이탈리아로 가는 한국 선수들은 좀처럼 나타나질 않았다. 몇몇 풀백들의 이적설이 있었지만 ‘설’로 끝났다. 이승우가 15년 만에 한국 축구의 명예를 짊어지고 이탈리아에 뛰어든다.

이승우의 행선지가 이적시장 막판 결정된 것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구단이 많은 반면, 바르셀로나 측은 완전이적보다 임대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서울의 지난 21일 보도대로 이승우는 어떤 구단이든 완전 이적 형식으로 가는 것을 원했다. 당초 지난 25일까지를 협상 기한으로 잡았던 베로나는 이후에도 문을 열어놓고 이승우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이적료나 연봉도 팀 내에서도 수준급이서 이승우 측도 흡족해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최근까지 올해부터 3년 재계약한 뒤 1년 임대로 베로나에 가는 것을 권유했으나 막판에 그의 완전 이적을 허락했다. 대신 2019년까지 2년간 정해진 이적료에 그를 다시 데려올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삽입했다.

베로나는 2016~2017시즌 세리에B(2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승격했다. 올해 잔류를 1차 목표로 새 시즌에 돌입했다. 이승우라는 재능 넘치는 한국 선수를 품에 안으며 잔류는 물론 그 이상도 노릴 수 있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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