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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두산과 롯데는 후반기 광풍(狂風)을 일으키고 있다. 후반기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두 팀이 29일 잠실에서 만났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여유,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롯데는 절실함으로 각각의 진원지를 달리 볼 수 있다. 경기 전 분위기와 경기 흐름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두산은 지난 시즌까지 2연패를 달성한 챔피언이다. 올시즌 초반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주춤했지만 때가 되면 올라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예상대로 두산은 28일까지 후반기 27승 2무 7패로 10개팀 중 가장 좋은 승률(0.794)을 기록하며 전반기 5위에서 후반기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2위 NC를 3위로 끌어 내리고 선두 KIA와의 격차를 1.5경기차까지 좁혔다.
두산은 주중 롯데와의 홈 2연전과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광주에서 열리는 KIA와의 2연전 결과에 따라 선두 등극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두산 김태형 감독에게서 조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경기 운영이 힘들 때도 여유를 잃지 않던 김 감독은 이날 “선발 로테이션의 변경은 없다. 비가 오면 모르겠지만 로테이션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선발투수들 각자가 쉬는 날짜가 있다. 순위 싸움을 한다고 해서 쉽게 로테이션을 바꿀 순 없다”고 못박았다. 상대 전적에 따른 선발 등판 일정 변경 등 승부수를 던질 법도 하지만 여유를 갖고 4연전에 임하기로 했다.
롯데의 후반기 상승세도 두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전반기 7위에 그쳤던 롯데는 후반기에만 23승 1무 11패로 두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승률(0.676)을 기록하며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사실상 가을야구를 확정지은 두산과 달리 롯데는 여전히 뜨거운 5강 경쟁 중이다. 살얼음 위에 서있는 심정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우리에게 지금 여유가 있겠는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니 승수를 쌓고 있다”며 절실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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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1회초 롯데에 먼저 1점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1회말 2사 1,2루에서 닉 에반스의 동점 적시타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3회말에는 김재환의 적시타, 민병헌의 2타점 2루타로 3점을 더 달아났다. 롯데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5회초 문규현의 솔로포, 최준석의 희생플라이로 1점차까지 추격했다. 4-3으로 앞서던 두산이 7회초 2사 1,2루에서 김명신을 그대로 밀고 나갔고 롯데는 기어코 강민호의 동점 적시타로 4-4를 만들었다. 이후 1, 3루에서 앤디 번즈의 역전타까지 나왔다. 롯데가 역전에 성공하자 3루쪽 원정 응원석에선 ‘부산 갈매기’ 노래가락이 크게 울려 퍼졌다. 여유를 갖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길게 가져간 두산의 틈을 1승에 간절히 매달리고 있는 롯데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의 기쁨도 오래가지 않았다. 7회말 경기 중 부상으로 빠진 김재호 대신 들어온 류지혁이 동점 솔로포를 작렬했다.
두산은 리드를 내준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롯데 역시 후반기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인 우승후보 두산을 상대로 절박한 야구의 힘을 보여줬다. 순위표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두 팀의 경기는 종반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7회 3루심 박근영의 어이없는 오심 하나가 두 팀의 승부를 망쳐놓고 말았다. 7회 2점, 8회 1점을 내는 등 뒷심을 발휘하며 승리한 두산 역시 찜찜하게 만들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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