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201000099600004991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201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LA다저스 류현진. 2014. 4.18.샌프란시스코(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단순한 재활시즌이 아니다. 투수에게 사망선고라는 어깨 수술을 극복하며 더 뛰어난 투수가 됐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0·LA 다저스)이 부활을 넘어 진화를 이뤘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성적만 보면 1선발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현진은 지난 25일 피츠버그 원정경기를 포함해 후반기 6경기 35이닝을 소화하며 2승 0패 방어율 1.54를 기록하고 있다. 수술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풀타임 시즌부터 100이닝을 넘겼고 방어율도 3점대 초반(3.34)으로 낮췄다. 저조한 타선 지원으로 5승에 그쳤지만 다승 외에 부문에선 2013, 2014시즌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후반기 30이닝 이상을 소화한 내셔널리그 투수 중 방어율 2위, 피안타율(0.205) 9위로 다저스 선발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팀내 위상도 올라갔다.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선발진 마지막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이제는 믿음직한 상수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클레이턴 커쇼와 다르빗슈 유, 알렉스 우드, 브랜든 매카시 등 선발투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해 악재를 맞은 다저스가 순항하는 데는 류현진의 할약이 큰 몫을 했다. 목표도 상향 수정됐다. 선발진 잔류가 아닌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다. 후반기 페이스를 끝까지 이어간다면 3년 전처럼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과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 돌아온 직구, 평균 구속 145㎞

투구의 기본이 되는 직구부터 되찾았다. 올시즌 초반 평균 80마일대 후반이었던 직구 구속이 90마일대로 올라왔다. 류현진은 2013시즌 직구 평균 구속 90.3마일(145.32㎞), 2014시즌 90.9마일(146.28㎞)을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꾸준히 구속을 향상시켜 평균 90.1마일(145.00㎞)이 됐다. 최근 10경기로 기준을 잡으면 91마일(146.45㎞)이 넘는다.

직구에 힘이 붙으면서 피홈런도 급감했다. 전반기 14경기에서 피홈런 15개를 기록했으나 후반기 6경기에선 단 하나의 홈런만 허용했다.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 중 10명 중 9명이 구속 저하에 시달리지만 류현진은 예외다. 지난 25일 피츠버그전에선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구속이 유지됐다.

◇신의 한 수된 커터 장착

류현진은 2014시즌부터 부지런히 새 구종을 연마했다. 커쇼의 슬라이더 그립을 참고해 고속 슬라이더를 연습하면서 진화를 꾀했다. 실제로 그해 슬라이더가 마음대로 구사될 때 류현진은 평소보다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기복이 있었다. 슬라이더에 의존하다가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실투를 범해 장타를 맞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재활 기간에도 신무기 장착에 매진했다. 결국 류현진은 자신에게 맞는 커터 그립을 찾았다. 경기를 치르며 조금씩 커터의 비중을 높였는데 최근에는 커터를 통해 꾸준히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 타자 입장에서 평균구속 86.2마일(138.72㎞)의 커터와 직구의 타이밍을 다르게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타자가 직구 타이밍에 스윙하면 홈플레이트 앞에서 강한 회전이 먹힌 커터는 배트 중심을 피해간다. 팔스윙이 같은 직구~체인지업~커터의 막강 조합이 류현진 진화의 키포인트다.

◇보다 예리해진 커브, 카운트 싸움 유리해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까지만 해도 류현진에게 커브는 보조구종에 지나지 않았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가끔 던지는 공이었다. 커브 구사율도 9.5%에 그쳤다. 하지만 올시즌 류현진의 커브 구사율은 17%다. 이제는 가끔 던지는 공이 아니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쓰는 것은 물론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뜨리기도 한다.

가장 느리고 변화가 큰 구종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타자와 승부가 한결 편해졌다. 올시즌 류현진 커브의 구종 가치는 +5.3(팬그래프닷컴 참조)으로 체인지업(구종 가치 +6.3) 다음으로 높다. 커브가 많아질수록 직구와 커터는 더 빨라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디트로이트전 무실점 호투의 원인도 우타자의 시야와 타이밍을 흔든 커브에 있었다.

◇팔색조 진화, 2018시즌 기대감 높아져

류현진을 대표하는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4년 전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에 올랐을 때 수많은 현지 전문가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실제로 2013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구종 가치 +20.1을 기록했다. 당시 감독 설문조사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내셔널리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와 진화 없이 빅리그 생존은 불가능하다. 류현진도 이를 알기 때문에 2014시즌부터 새 구종 장착을 꾀했고 올시즌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이제 류현진은 한 구종에 편중된 투수가 아니다. 직구, 체인지업, 커터, 커브를 두루 구사하며 상황에 맞게 경기를 운용한다. 당장 포스트시즌 엔트리를 목표로 달리고 있으나 궁극적인 목표는 빅리그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는 것이다. 부활을 넘어 진화에 성공한 만큼 2018시즌을 향한 기대치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류현진은 2018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이대로라면 연평균 1000만 달러(약 112억 7000만원) 계약은 맡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