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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여자국가대표팀(감독 최수정)과 소프트볼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가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겨울 한파가 기세등등한 가운데 스카이돔은 외기와 차단된 효과로 야구하기에 적당한 기온이 유지되고 있다. 리틀야구에서 110km대 직구를 뿌려 화제가 됐던 김라경이 여자 야구대표팀 선발투수로 나서 역투하고 있다. 김라경은 1회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고 1안타 4볼넷으로 2실점한 후 양미현으로 교체됐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천=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3루수 김라경’

지난 25일 ‘제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가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개막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대회 개막전에서는 국가대표팀 선수들로 꾸려진 한국 블루팀과 홍콩이 맞붙었다. 그런데 전광판에 띄워진 한국팀 라인업에 이목이 쏠렸다. 투수 김라경(17)이 3루수로 경기에 나선 것.

선수층이 얇은 여자야구에서는 투수가 야수로 투입돼 수비를 보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김라경은 다르다. 팀의 에이스 투수인 그는 이전까지 거의 투수로만 경기에 나섰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3루수로 경기에 출전하니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김라경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한국은 홍콩에 9-8 짜릿한 1점차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3루수 김라경’에 대한 의문은 경기 후 풀렸다. 한국 블루팀 동봉철 감독은 김라경의 3루수 기용에 대해 “(김)라경이가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다. 훈련이 부족했다. 그래서 3루수로 내보낸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투수로 내보낼 수 없었던 것. 김라경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팀 여자 선수들은 대표팀이라고 해도 다들 직업이 있다보니 거의 주말에만 훈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징크스 같이 항상 대회를 앞두고 몸이 아팠는데, 이번에도 식중독에 걸려서 고생했다. 그나마 주말에만 진행되는 대표팀 훈련도 많이 못나왔다”고 설명했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묻어나왔다.

컨디션 난조 뿐 아니라 김라경은 현재 부상을 안고 있다. “팔에 있는 염증 때문에 투수로 올라갈 수 없었다. 집에서 보강 훈련을 하고 평일에도 헬스를 다니면서 열심히 훈련했는데 회복이 덜 된 것 같아서 감독님께서 보호차원으로 수비를 내보내신 것 같다. 그간 팀에서 거의 투수로만 뛰었다. 팀 동료들과 수비 호흡도 맞춰봤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마운드에 올려달라고 감독님께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한 번 던지고 나면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못될 거 같아서 참았다. 아직 팔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타격에 대해선 “오늘 방망이가 무거웠다. 잘맞는 날에는 자신이 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여파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렇다면 28일 폐막하는 이번 대회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김라경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현재까지 확률은 반반이다. 한국팀은 9월 2일부터 7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되는 ‘2017 제1회 BFA 여자야구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이 대회 결과에 따라 2018년 멕시코에서 열리는 ‘WBSC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 참가할 아시아 지역팀이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초점은 ‘여자야구 아시안컵’에 맞춰져 있다. 김라경도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감독님도 거기에 초점을 맞추시는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던지게 되면 몸풀기 차원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개막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진 못했지만 김라경은 위축되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고 다짐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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