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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모 드럭스토어 내 생리대 매대 모습.  최신혜기자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깨끗한나라에서 제조·판매하는 생리대 ‘릴리안’이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여성들이 생리대 제품의 ‘전(全)성분 표시제’ 의무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화장품과 다르게 제품성분 공개 의무가 없다. 하지만 수년간 독성물질 논란을 안고 온 만큼 전성분 표시를 의무화해 여성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이같은 의견에 동참, 전성분 표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리대 성분·부작용 이슈 꾸준

최근 생리대 릴리안을 사용한 후 생리불순, 부정출혈 등 부작용을 겪었다는 소비자가 속출, 지난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릴리안 제품의 품질검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 제품은 지난 3월 시민단체가 발표한 10개 생리대 안전성 조사에서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 농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생리대 성분 관련 이슈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식약처 조사결과 ‘예지미인’ 등으로 유명한 생리대 제조사 퓨어린의 여성생리대 6개 제품에서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돼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1년에는 LG생활건강의 생리대 ‘바디피트’가 일본 방사능에 오염된 흡수제를 사용한다는 괴담(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이 돌아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었다.

부작용 논란도 계속돼왔다. 지난 2000년 여성민우회가 71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9.9%는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피부질환, 가려움증 등 후유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각종 여성커뮤니티에서도 다수 여성이 ‘모 회사의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일수가 지나치게 짧아졌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졌다’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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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라가 제조하는 ‘릴리안’ 제품 뒷면. 성분이 3가지 정도만 표기돼있다.  최신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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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화이트’ 제품 역시 전성분이 표기돼있지 않다.  최신혜기자
◇유해물질 투성이 생리대…성분 공개 의무 X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생리대 성분에 대한 안전성이 정확히 검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생리대는 화장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성분 공개 의무가 없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자 몇몇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생리대 전성분을 표기하고 있지만 정작 제품에는 부직포, 펄프 정도의 주요성분만 표기한다. 소비자 최수경(31)씨는 “장을 보다 급작스레 생리대를 구입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어떻게 일일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생리대 성분을 확인하겠나”라며 “홈페이지 전성분 표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 측에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에 대한 검사를 의뢰, 결과를 발표하며 전성분 표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김만구 교수팀은 국내에서 판매량이 높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다회용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이 체온(36.5℃)과 같은 환경의 20L 체임버(밀폐 공간)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지 실험한 결과 약 200종의 TVOC가 방출됐고, 이중에는 20종의 발암성 물질인 독성화합물질(벤젠·스티렌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TVOC는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성분이지만 유해성 평가마저 제대로 되지 않은 성분이 다수다. 독성화합물질 벤젠은 생식독성을 지녀, 생식 기능이나 태아 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 물질이다. 여성의 외음부와 직접 맞닿는 생리대에 이같은 물질이 포함돼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다.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여성환경건강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omen’s voices for the earth·WVE)’가 지난 2014년 8월 P&G의 생리대 ‘올웨이스’ 4개 타입 제품을 분석한 결과 발암물질 혹은 생식독성물질인 스티렌, 염화메틸, 염화에틸, 클로로포름, 아세톤, 에틸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이 검출됐다. P&G는 생리대 ‘위스퍼’ 제조사이기도 하다.

◇식약처 “독성물질 연구중”, 정당 “전성분 표시제 추진”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TVOC 독성물질이 생리불순, 생리량 감소, 생리통 등 부작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식약처에서 검증해야 하며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지난해 10월부터 TVOC 연구사업에 착수했다. 시중 판매 생리대의 성분을 분석하고 위해성 평가 시험법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분 표시제 시행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각 정당에서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성분 표시제 추진에 발벗고 나설 예정이다.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생리대를 포함해 구강 청결용 물티슈, 마스크 등 인체에 직접 닿는 의약외품의 성분 전체를 표기하자’는 내용의 ‘약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역시 22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안전과 알 권리를 위해 생리대·마스크에 대해 모든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전성분 표시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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