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이범호 \'300홈런 욕심은 버리자\'
2017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이범호가 2회말 중견수 플라이 아웃이 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이범호(36)가 극심한 아홉수로 고민에 빠졌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이범호는 최근 “내 코가 석자라 다른 사람 신경쓸 정신이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럴만 하다. KIA 소속으로 최초로 300홈런 고지에 홈런 한 개만을 남겨둔 이범호는 11경기째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 3일 수원 kt전에서 솔로 홈런으로 개인통산 299번째 홈런을 때려낸 이범호는 “KIA 선수 최초로 1000타점 고지를 밟았으니 300홈런도 꼭 이루고 싶다. 이 두 가지만 이루면 내 버킷 리스트 세 가지 중 두 개를 달성한다. 나머지 하나는 아시다시피 우리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큰 기록을 남겨둔채로 시즌을 치르다보면 찝찝한 마음이 들 수도, 빨리 이루고 싶어 조바심이 날 수도 있다.

지난 9일 넥센전까지는 홈런이 터져나오지 않아도 큰 동요가 없었다. 넥센과 광주 두 경기에서는 2안타 3타점으로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11일 kt전부터 조짐을 보이더니 어느새 타격폼이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11경기에서 33타수 5안타 타율 0.152의 빈타다. 타점은 6개뿐인데 그 중 세 개가 희생플라이로 만든 점수다. ‘클러치 히터’라는 평가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타격감이 좋지 않으면 차분히 나쁜 공을 골라내며 걸어나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이범호의 출루율은 0.243에 그쳤다. 통산 출루율이 0.365로 타율(0.271)보다 1할 가까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터지지 않는 한 개의 홈런 때문에 심리적으로 얼마나 쫓기는지 유추할 수 있다.

[SS포토] 이범호 \'오늘은 300호 홈런 날리자\'
2017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다. KIA 이범호가 배팅훈련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최근 이범호의 타격은 좋았을 때와 확실히 차이가 있다. KBS N 스포츠 안치홍 해설위원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이범호에게 배팅볼을 직접 던져준 뒤 “그동안 강한 손목힘으로 타격과 수비를 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배팅볼을 던지면서 이범호가 타격하는 모습을 보니 몸통힘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국내 타자들 중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목을 기준으로 한 팔힘이 아니라 강한 힙턴을 동반한 몸통 스윙으로 장타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김정준 전 한화 코치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이범호가 좋을 때 타격하는 모습은 뒷 다리가 지면에 박혀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있으니 회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배트 컨트롤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찬스에서 강한 타자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 전코치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잠실 두산전에서 타격하던 이범호의 모습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공이 히팅포인트까지 오기 전에 이미 몸이 모두 열려버렸다”며 아쉬워했다.

큰 것을 노리는 타자는 스윙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니 회전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타이밍 싸움에도 손실이 생긴다. 최근 타격에서 상대 투수의 실투가 팝 플라이나 톱 스핀이 걸린 내야 땅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몸이 아닌 손목에 의존한 타격을 하기 때문이다. 수비에서 기본은 ‘정확하게 잡은 뒤 던지는 것’이다. 타격 역시 ‘히팅포인트까지 공을 불러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타격이론의 대가인 박영길(전 롯데 삼성 태평양 감독) 본지 객원기자는 “타석에서 지나치게 힘이 많이 들어가면 가장 먼저 손가락에 힘을 완전히 빼야 한다. 사람 몸이 참 재미있어서, 손가락에 힘을 빼고 서 있으면 손목과 어깨 등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빠진다”고 설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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