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대교 여자축구단
이천 대교 선수들이 지난해 10월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인천 현대제철을 상대로 치른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 올라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WK리그의 명문팀인 이천 대교 여자축구단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해체를 결정한 가운데 시즌이 진행중인 올시즌 WK리그 일정만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는 사라질 예정이다.

이천 대교 여자축구단 관계자는 17일 “축구단 해체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자세한 이유와 내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해체하기로 그룹 내부에서 결정이 됐다는 것은 인정했다. 지난 16일 서명원 이천 대교 단장이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을 만나 팀을 해체하겠다는 그룹의 결정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지난 2002년 11월 최추경 초대 감독을 선임하며 대교 캥거루스 여자축구단으로 창단한 이천 대교 여자축구단은 15년의 역사를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여왕기여자축구대회와 전국체육대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수차례의 우승 경력을 쌓으며 여자축구 강팀으로 자리매김해온 영광도 기억 속에 묻히게 됐다.

강 회장은 국민생활체육회장과 대한체육회장을 맡는 등 체육계에 오랫동안 공헌해왔다. 대교그룹은 그동안 비인기 종목에 투자하고 어린 유망주에 후원하는 등 체육발전에 기여해왔다. 체육에 관심을 쏟아왔던 대교그룹이 갑작스럽게 축구단 해체를 결정한 것에 대해 여자축구계 일각에서는 지난 2월 시작된 경찰조사가 영향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운영자금을 투자하며 건실한 여자축구팀을 만들어왔던 명문구단 이천 대교가 해체를 결정하면서 다시 7개팀 체제로 회귀한 WK리그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천 대교 여자축구단은 지난 2009년 시작된 WK리그의 중요한 한 축으로 참가해 국내 여자축구 발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WK리그 출범 첫 해에 우승을 거머쥔데 이어 2011년과 2012년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달아 3년동안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이천 대교는 챔피언결정전 단골손님일 정도로 실력을 발휘해왔다. 라이벌 팀인 인천 현대제철과의 치열한 승부가 매 시즌 여자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여자축구의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오는 와중에 심서연 황보람 전민경 서현숙 이현영 등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내기도 했다. 이천 대교는 올시즌 WK리그 일정은 끝까지 소화할 예정이다. 여자축구연맹과 함께 기존 선수단을 그대로 인수해 신규창단할 팀을 찾는데 힘 쓸 계획이다. 축구단은 해체하지만 체조와 육상 등 유소년 유망주들에 대한 지원은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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