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손흥민. 사진은 지난 5월23일 토트넘 동료들과 국내에 들어왔을 때 모습, 이주상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25·토트넘)은 또 얼마나 진화할 수 있을까. 진정한 세계 톱클래스 공격수로 거듭나기 위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2년 전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400억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EPL에 입성한 손흥민은 첫 해 부상 등 성장통을 겪으면서 8골(42경기)에 그쳤다. 통 큰 투자에도 이적생 활약에 엄청 예민한 것으로 알려진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영국 언론에 손흥민의 입지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했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보다 경쟁자를 더 중용했다.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러 이적설에 휘말린 이유다. 그러나 위기가 있었기에 더 강해졌다. 프레시즌 기간 리우올림픽에서 실전 감각을 쌓은 그는 지난 시즌 21골(리그14, FA컵 6, 챔피언스리그 1)을 기록하며 차범근 전 감독이 지닌 한국 선수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31년 만에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두 차례나 아시아인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받으면서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새 시즌 토트넘 주전 11명에 손흥민의 이름을 올리면서 측면 날개로 변함없이 뛸 것으로 예상했다.

◇ ‘양보다 질’…임팩트 있는 골 사냥

이제 21골은 잊어야 한다. 지난 기록을 의식하면 스스로 올가미에 갇힐 수 있다. 21골은 손흥민 유럽 커리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위상이 달라진 만큼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는 불가피하다. 공격진의 해리 케인~손흥민~델레 알리는 지난 시즌 모두 20골 이상을 달성했다. 토트넘 구단 창단 135년 만에 한 시즌 20골 이상 득점자가 3명 이상 나온 건 처음이다. 이젠 상대도 맞춤식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젠 서로 조력자 구실에 더 능해져야 지난 시즌 이상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으로서는 양보다 질 높은 골 사냥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 21골을 넣긴 했으나 리그에서는 14골을 기록했다. 하부리그와 겨룬 FA컵에서만 6골이 나왔다. 물론 FA컵 토너먼트에서 팀에 귀중한 골을 터뜨렸지만 리그에서만 각각 29골, 18골을 꽂은 케인, 알리의 골 순도보다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손흥민도 “톱클래스 공격수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리그 골 숫자 늘려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최소 리그 득점 ‘톱10’ 진입을 노린다. 우선 차 전 감독이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19골을 달성했을 때 기록한 리그 17골을 경신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둘 만하다.

EPL 3년 차가 된만큼 ‘빅 클럽’ 팀을 상대로 한 인상적인 득점포도 필요하다. 지난 시즌 리그 14골 중 상위권 팀을 상대로 골을 넣은 건 맨체스터 시티전 1골이 전부였다. 중·하위권 팀을 상대로 몰아넣은 게 많았다. 하위권 팀을 상대로 한 경기 2~3골을 넣는 것보다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1골을 넣는 게 현지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임팩트 있는 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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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3일 토트넘 훈련장에서 슛 연습을 하고 있다. 출처 | 토트넘 SNS

◇EPL 첫 헤딩골도 터질까

머리 사용 능력은 늘 손흥민에게 과제처럼 따라붙는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독일 시절의 직선 형태의 빠른 공격 능력, 정확한 슛을 넘어 공간 활용이나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에서 한결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가 톱클래스 공격수로 발돋움하려면 헤딩 득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손흥민이 동경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헤딩으로만 18골을 터뜨릴 만큼 온몸이 무기다. 호날두와 직접적인 비교는 의미가 없지만 손흥민이 지금보다 머리를 잘 사용하면 골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0~2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만 18세 나이로 프로에 데뷔해 유럽 7시즌째를 마감한 손흥민은 1군으로 나선 모든 공식 대회에서 78골(리그 59,리그컵 10,유럽대항전 9)을 터뜨렸다. 이중 헤딩골은 4골뿐이다. EPL 입성 이후엔 한 골도 없는데 새 시즌엔 그의 머리도 빛날지가 또다른 관심사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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