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힘차게 공 뿌리는 KIA 선발 양현종
KIA 양현종이 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 리그 KIA와 kt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감히 도전장을 내밀어 보겠습니다.”

KIA 양현종(29)이 꿈의 20승 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9일 광주 넥센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16승(3패)째를 따내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선 그는 1995년 LG 이상훈 이후 명맥이 끊긴 ‘토종 좌완 선발 20승’ 투수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KBO리그에서 왼손 투수가 선발로 20승 고지를 밟은 것은 단 두 번 뿐이다. 재일교포인 김일융(66)이 삼성 시절이던 1985년 25승(선발 20승) 6패 방어율 2.79로 최초 기록을 보유했고, 10년 뒤인 1995년 이상훈이 두 번째로 20승(5패 방어율 2.01) 고지를 밟았다.

이후로는 아예 국내 투수 선발 20승의 맥이 끊겼다. 2007년 두산 소속이던 다니엘 리오스(22승 5패), 2014년 넥센 앤디 밴헤켄(20승 6패), 지난해 두산 더스틴 니퍼트(21승 3패)가 20승 투수 반열에 올랐지만 국내 선발투수들에게는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다. 1997년 쌍방울 소속이던 불펜 투수였던 김현욱이 구원승으로만 20승을 채운 것이 유일했다.

이상훈
LG 이상훈 피칭아카데미원장은 1995년 20승을 따내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마지막 토종 왼손 20승 투수로 남아있다. (스포츠서울 DB)

현역시절 ‘야생마’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상훈 LG 피칭아카데미 원장은 데뷔 두 번째 시즌인 1994년 18승(8패)을 따내며 팀에 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와일드한 투구폼으로 140㎞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며 타자와 정면승부를 펼치던 이상훈은 1995년 30경기에서 20승을 따내며 다승 1위, 방어율 2위, 탈삼진 5위(142개)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즌 13번째 선발경기였던 6월 22일 인천 태평양전에서 8이닝 2실점으로 10승 고지를 밟았고 8월 3일 잠실 삼성전에서 완봉승으로 15승을 따냈다. 이후 이광환 감독이 5일 휴식 패턴을 4일로 전환하며 체력부담을 느꼈지만 마지막 경기였던 9월 27일 잠실 쌍방울전에서 완투승을 따내 감격의 20승 고지를 밟았다.

올시즌 22경기에서 16승을 따낸 양현종 역시 개막 후 7연속경기 선발승을 따내며 다승왕 경쟁에 시동을 걸었고 시즌 15번째 등판만에 10승(3패)을 통과했다. 지난 3일 광주 kt전에서 15승 고지를 돌파하는 등 지난 6월 15일 롯데전부터 선발 9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20승에 4승차로 다가섰다. 남은 40경기(10일 현재)에서 최소 7차례 등판할 수 있다. 올시즌 개인 승률이 0.842라는 점을 고려하면 5승 이상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상없이 시즌을 완주하고, KIA 타선이 조금만 지원사격을 한다면 20승을 넘어 역대 왼손 선발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넘을 수 있다. 스스로도 “올해 KIA라면 20승에 도전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마운드 위에서 어떻게든 버티면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준다는 믿음이 있다. 헥터와 팀내 다승왕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좋은 스파링파트너 덕분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기록 사냥에 매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SS포토]양현종 조언하는 선동열 코치, \'남다른 애정~\'
국가대표 전임감독인 선동열 감독이 지난 2월 WBC 대표팀 투수코치로 양현종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선 감독은 해태시절 통산 4차례 20승 고지를 밟아 역대 최다 20승 투수로 남아있는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이다. 이주상기자 rainbow@soprtsseoul.com

해태시절부터 ‘투수왕국’으로 불린 KIA는 총 10차례 다승왕을 배출했다.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선동열이 4번 왕좌를 차지했고 조계현 수석코치도 두 차례 다승왕에 올랐다. ‘단짝’인 윤석민과 외국인 투수 마크 키퍼, 아퀼리노 로페즈 등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다승왕에 오른 투수는 모두 오른손 투수였다. 프랜차이즈 사상 첫 100승을 따낸 양현종(103승)이 왼손 다승왕과 20승을 동시에 거머쥐면 이 역시 프랜차이즈 ‘최초’ 수식어가 따라 붙게 된다.

역대 28명 뿐인 통산 100승 이상 투수 중 왼손은 양현종을 포함해 5명 뿐이다. 송진우(전 한화코치)가 21시즌 동안 210승(153패 103세이브)으로 부동의 최다승 투수로 남아있고 두산 장원준(121승) 삼성 장원삼(117승) SK 김광현(108승)과 양현종(103승)이 전부다. 이들 중 단일 시즌에 20승 고지를 밟은 투수는 한 명도 없다. 송 전코치가 1992년 19승을 거둔 게 100승 이상 왼손 투수 중 한 시즌 최다승이다.

역대 최고의 좌완의 역사를 쓰기 위해 향해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양현종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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