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실수는 그 실수를 인정하고 추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용서받는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그 상황을 덮으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밖에 없다". SBS 정우영 아나운서가 KIA와 넥센전에서 벌어진 이른바 '김민식 번트 타구 비디오 판독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정 아나운서는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9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와 넥센의 경기 도중 발생한 비디오 판독 논란이었다. SBS 서재응, 안경현 해설위원과 함께 그는 이날 캐스터로서 현장을 찾았다.


상황은 이랬다. KIA가 5-0으로 앞선 3회 무사 1, 2루 공격. 8번 타자 김민식은 타석에서 번트를 시도했다. 공은 배트 밑부분과 충돌한 뒤 포수 앞, 홈플레이트 가까이에 떨어졌다. 포수 박동원이 공을 잡아 곧장 3루로 던졌고, 공은 2루 주자 나지완보다 먼저 도착했다. 나지완은 포스 아웃. 그러나 이계성 구심은 하영민의 공이 김민식의 방망이에 두 번 맞았다는 이유로 파울을 선언했다.


그러자 넥센 장정석 감독은 더그아웃을 뛰쳐나와 어필했다. 심판진과 장 감독은 3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장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심판진으로부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겁니까'라는 물음에 응한 것이다. 결국 비디오 판독이 이어졌고 약 4분 뒤 결과가 나왔다. 판정은 파울에서 페어로 정정됐다. 이에 3루 주자만 아웃됐고, 1사 1, 2루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KIA 김기태 감독이 나와 항의했다. 방송사 '게임 사운드(Game Sound,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시스템)'를 통해 들린 말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 부분이 비디오 판독 대상이 맞는가'라고 심판진에게 물었다. 2017 KBO 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에 따르면 ▲ 홈런에 대한 판정 ▲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 야수의 포구(파울팁 포함) ▲ 몸에 맞는공 ▲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경우 포함) ▲ 홈 플레이트에서의 충돌 등 총 7가지에 한해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김 감독은 항의했다. 그러나 끝내 판정에 대한 번복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심판진은 이날 벌어진 상황은 '6번 규정에 해당한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타자의 스윙, 파울 및 사구 여부에 대한 규정을 광의적으로 해석해 타석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다". 나광남 대기심은 "규정집에는 없지만 비시즌에 심판진 미팅을 통해 확정된 사안"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벌어진 '김민식 번트 타구 비디오 판독 논란'은 해석의 차이를 부르는 모호한 규정집 내용과, 변경된 규정 사항을 현장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KBO, 심판진의 실수로 벌어진 촌극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 아나운서는 주심의 비디오 판독 요청부터가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디오 판독 여부를 감독에게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5W, 1H 중 why인 '왜 다가오시는 겁니까' 혹은 '협의 중입니다'라고 대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시즌 KBO, 심판진의 규정 변경 사항을 전달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입니까"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실수는 그 실수를 인정하고 추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용서받는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그 상황을 덮으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며 KBO의 눈 가리고 아웅식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끝으로 '마지막으로 규칙과 규정을 따지다가 시청자 여러분께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된 캐스터의 입장에서 심판 위원님들께 당부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이것 말고 규칙과 규정에 심판 위원님들끼리 확정한 사항이 더 있다면 꼭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고 당부했다.


한편, KBO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시즌이 끝난 뒤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에 대한 논의를 거쳐 규정을 재정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wayne@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SBS SPORT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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