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그녀 백미경작가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JTBC ‘품위 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는 배우의 힘을 드라마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JTBC 드라마 최고 기록을 세우고 두자릿수 시청률도 넘보는 ‘품위 있는 그녀’(이하 품위녀)는 여주인공 김희선과 김선아가 캐스팅되자 1998년 ‘해바라기’ 이후 20년만에 두 톱스타가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였다. 그런 두 배우 이번 드라마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원없이 뽐냈다. 김희선은 세월을 거스르는 미모에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선아는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캐릭터가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에 힘입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욱 기함을 토하게 했다.

직접 만난 백미경 작가는 드라마의 인기비결을 배우의 힘이라고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인터뷰①,②에 이어>
품위있는그녀 김선아

-박복자는 악역이지만 연민이 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나는 복자와 대화를 많이 했다. ‘지금은 편안하니. 괜찮니’ 물었다. 연민이 많았다. 지금도 눈물이 날것 같다. 희선이에 비해서 스포트라이트가 덜 가는데 박복자를 김선아가 아닌 다른 배우가 했으면 어쩔뻔 했나 싶다. 김선아가 너무 잘해줬다. 아무도 그렇게 잘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이 이번 드라마의 성공요인이기도 하다. 대본을 압도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연출자 김윤철) 감독님이 대본을 정말 존중해주셨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애드리브를 절대 못하게 하면서 대본대로만 연기하게 했다.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대사를 하더라. 나는 그런걸 요구하는 작가가 아니다. 연출자가 자유롭게 할수 있게 존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감독님이 대본을 정말 존중해주시는 분이어서 드라마가 더 밀도있고 집중력 있게 전달된 것 같다.

-김윤철 PD가 김선아와 ‘내이름은 김삼순’을 같이 해서 이번에 김선아를 추천한 것인가.

맞다. 박복자 역에 김선아를 추천하길래 나는 ‘그럼 너무 좋죠’ 했다. 김희선이 주인공인데, 원래 김선아가 세컨드롤을 할 배우가 아니지 않나. 김선아가 캐스팅되는 순간 정말 하늘의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성공은 이미 예감됐다. 잘될 드라마였다. 배우들이 다 너무 좋았다.

-두 주인공 말고 특히 더 애정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정상훈이 맡은 안재석이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 중 나와 인간적으로 가장 닮았다. 내가 좀 한심하다. 주변사람들이 다 나에게 한심하다 한다. 안재석이 그렇다. 인간적이고 물질적이지 않다. 여기서 나는 인간들의 오욕칠정을 담았다. 감정을 다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안재석은 대한민국 남자들을 대변한다. 바람도 피우고 싶으면서 가정도 지키고 싶어한다. 인간적이다. 그래서 대본을 쓰면서도 가장 편하고, 오아시스 같았다. 다른 등장인물들을 쓰면서 너무 힘들었다. 내가 쓰면서도 이해가 잘 안되는 캐릭터도 있었다. 하지만 각 캐릭터들의 감정이 달려나가면서 함께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재석은 마음 놓고 썼다. 그래서 감독님이 내 마음이 안재석에게 가있다는 사실이 눈에 보인다고 했을 정도다.

-윤성희(이태임 분) 캐릭터는 뭘 보여주는가. 극중 정말 많이 맞는다.

흔한 캐릭터다. 현실에도 많다. 젊은 여성을 무기로 신분상승을 하려는 사람이다. 특히 성희는 맞아도 싼 인물이다. 자기를 도와준 여자의 남편을 빼앗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다. 맞는 걸로 끝낼 게 아니다. 세상에 사랑이란게 운명이고, 불가항력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붙여도 안되는 일이 있다. 게다가 윤성희는 안재석이 돈이 없어진다고 하니까 떠나려고 한다.

-우아진도 결혼의 무게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돌아봤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남자를 통해서, 결혼을 통해서 성장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살아야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그런걸 아진이는 나중에 깨닫는다. 이혼을 독려하는게 아니다. 여자들은 좀더 주체적으로 생각할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드라마가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드라마가 되면 좋겠다.

품위있는그녀 김선아

-박복자를 죽인 살인범이 누굴지 궁금증이 많다. 혹시 새로운 반전이 있나.

범인이 누구냐에도 메시지나 교훈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울림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범인이 그럴수밖에 없구나 하게 만들어야 한다. 범인이 밝혀지는 것도 서사이고, 반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 정해놓았던 범인이 이 사람은 아니었는데, 쓰면서 바뀌었다. 캐릭터들에 의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범인도 작가의 손에서 벗어나서 탄생했다. 스토리가 자기 힘으로 끌고 나가더라. 외롭지만 전율이 느껴지는 작업이었다.

cho@sportsseoul.com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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