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빈
최다빈.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겨내려 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여자 싱글 최다빈(17)은 2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피겨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때 굳은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안 그래도 무뚝뚝하다는 얘기를 듣는 그의 얼굴이 표정은 더 차가워졌다. 이유가 있다. 아직은 어린 그가 불과 한 달 전 모친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암과 사투하던 그의 어머니는 딸이 꿈에 그리던 평창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을 보지 못하고 40대 초반에 별세했다. 최다빈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다빈은 29~30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올림픽 1차 선발전에 출전한다. 그의 소속사 관계자는 “다빈이가 ‘(1차 선발전)나가지 말까’란 말을 몇 차례나 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어머니가 (2월)삿포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때도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아직 어린 여고생인 그의 마음에 상처가 작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다빈은 부츠 문제로도 적지 않게 고생했다. 지난달 22일 스포츠서울 창간 인터뷰에서도 이를 스스럼 없이 털어놓을 만큼 민감한 상태였다. 최다빈은 미국에서 부츠를 주문해 스케이트날을 붙이고 은반 위에 오른다. 지난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부츠가 낡아 똑같은 사양을 주문했지만 막상 신어보니 똑같은 제품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새 부츠가 몇 차례 오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정상 훈련을 하기도 어려웠다. 최다빈은 미디어데이에서 “부츠 문제를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훈련을 하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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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빈이 2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피겨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기기자

최다빈은 올시즌 쇼트프로그램 주제곡으로 ‘파파 캔 유 히어 미’를,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으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선택했다. 특히 쇼트프로그램 곡은 김연아가 2004~2005시즌 채택해 세계주니어선수권 은메달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날 때 쓰던 것과 같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연습이 부족해 1차 선발전 땐 지난 시즌의 연기력이 얼마나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최다빈의 생각이다. 그는 “대회 준비를 1~2주밖에 하질 못했다. 많은 것을 보여드리진 못할 것 같지만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손을 못 본 상태다. 체력적으로도 걱정은 된다. 하지만 대회에 빠지면 후회가 될 것 같아 나가기로 했다”며 출전 자체를 놓고도 갈등이 컸음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통해 아픔을 이겨내겠다는 의지 만큼은 잃지 않았다. 최다빈은 지난 2월과 3월, 대타로 각각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금메달과 올림픽 쿼터 두 장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어머니를 여읜 슬픔 속에서도 그런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겠고 다짐했다. 그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겨내려 하고 있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려울 때 더 강했던 최다빈의 연기가 이제 곧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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