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한화 임익준, NC전 7회 수비 중 발목 부상...
한화 이글스 3루수 임익준이 18일 청주 구장에서 진행된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3-7로 뒤진 7회 김성욱의 타구를 잡으려다 놓친 뒤 그라운드에 쓰러지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사직=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50경기 넘게 남았는데 젊은 선수들에게 마냥 기회를 주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의 진심이다. 하주석 이성열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을 논외로 두더라도 ‘육성 기치’를 전면에 내건 구단 방침과 묘하게 배치된다. 후반기 시작 후 7연패에 빠졌다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베테랑들의 막판 맹활약에 힘입어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이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운드 붕괴로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지만 타선이 건재해 반등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이 감독대행은 “타선이 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에 투수들이 조금만 분발한다면 기회가 올 것으로 믿고 있다. 아직 포기해서도, 포기 할 수도 없는 시기”라고 밝혔다.

현장의 생각은 김성근 전 감독을 경질한 뒤 보인 구단의 행보와 엇갈린다. 구단은 김 전 감독이 지휘봉을 놓은 직후부터 대대적인 리빌딩 의사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이재우, 송신영, 조인성, 이양기 등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하고 강승현, 이충호, 정경운 등 육성선수들을 정식선수로 전환해 1군에 불러 올렸다. 혼란기를 수습하고 팀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이 감독대행에게 시즌 끝까지 지휘봉을 맡기겠다고 발표한 직후에는 주요보직 코칭스태프를 전면 개편해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이 부작용이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끝난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등 전직 감독이 입버릇처럼 지적했던 “선수층이 얕고 2군에서 당장 1군으로 불러올릴 만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외침이 현실로 드러났다. 초반 활어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던 젊은 선수들은 상대 전력분석 앞에 맥을 못췄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베테랑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스프링캠프부터 함께 하지 않은 2군 코칭스태프들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채 방관하는 수준으로 선수단을 지켜보고 있다.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용병술도, 젊은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도 드러나지 않는 최악의 상황으로 시즌이 전개되고 있다.

[SS포토] 한화 이상군 감독 대행, SK전 팽팽한 승부에 긴장된 표정!
한화 이글스 이상군 감독 대행이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6으로 동점에 성공한 5회 팽팽한 승부에 긴장된 표정을 드러내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 감독대행은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보다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하는 것이 팀과 팬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젊은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겉으로는 투타 모두 부상자가 많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강제 리빌딩을 천명한 구단의 의지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제한적 신분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대행 신분으로 시즌 끝까지 지휘봉을 잡아야 하는 현장 지휘관은 필연적으로 구단의 눈치를 봐야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두산과 KIA 등 리빌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팀은 포스트시즌을 발판삼았다. 성적으로 팀 경쟁력을 갖춘 뒤 대들보를 남겨둔 상태에서 젊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체질개선을 단행했다. 10년째 가을잔치 들러리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팀이 강제 리빌딩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면 악순환만 되풀이 하게 된다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방법도, 인물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점을 그룹과 구단 수뇌부만 외면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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